<매일경제>  2014년 7월 7일(월)  A39면

"정치도 월드컵처럼"

축구와 정치 본질적으로 같아

상황따른 맞춤형 전술이 중요

지지도보다 페어플레이 관건

멋지게 재미있게만 하면 성공


정치도 축구처럼 멋지게 하면 큰일 나나. 브라질 월드컵의 감동적 장면을 한국 정치에서는 볼 수 없을까. 경기와 정치의 본질은 같다. 온 세상 게임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다. 룰을 지키는 공정한 경쟁 속에 간혹 심판 눈속임이 없지 않지만 멋진 경쟁을 하면 관중은 매료된다.

축구경기와 정치의 실재는 차이가 크다. 규모부터 그렇다. 직사각형인 축구장 규격은 터치라인 90~120m, 골라인 45~90m다. 평균 7.14㎢. 그 안에서 11명의 선수를 잘 관리하고 상대팀 전술을 포함해 선수까지 제대로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면 이길 확률이 높다.

정치는 남한 면적 9만9400㎢, 그 안에서 적어도 7000개 이상 주요 자리를 대통령이 정해야 한다. 대통령 용인술은 단순하지도 단선(單線)하지도 않다. 3차 방정식을 풀어야 할 정도로 복잡한 고위직 기용은 박수 받기가 쉽지 않지만 한두 인사만 잘해도 브라질 월드컵처럼 국민은 감동한다.

축구경기처럼 정치에서도 스타들이 명멸한다. 최고의 플레이어가 있는 스페인ㆍ영국ㆍ이탈리아가 초반에 탈락했다. 정신 무장이 덜 되어 보였고, 상대방이 전술을 다 읽고 있었다. 선거에서도 스타 정치인이 낙선하고 새 인물이 등장한다.

대통령이 축구팀을 맡았다고 가정할 때 역할은 대표, 감독, 선수 다 된다. 그러나 답답할 때 선수로 뛰고 싶겠지만 그래도 감독일 수밖에 없다. 정 선수이기를 고집하면 골키퍼나 수비수로 뒤에서 판을 읽고 선수들을 독려해야 한다.

어느 경기나 체력, 기술, 전술이 승패를 가른다. 고위 관료들도 건강한 공복 정신으로 정당하게 정책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우리 팀이 4-3-2-1이나 4-2-4의 전통적 전술을 고집했기 때문에 졌다고 한다.

다른 팀에 비해 지나치게 교과서적인 경기를 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네덜란드가 스페인을 꺾은 이유 중 하나는 중앙 수비를 3명으로 해서 짧은 패스를 차단했기 때문이란다. 수비의 위치나 숫자 말고 더 중요한 것은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임기응변으로 맞춤형 전술을 구사하느냐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끼리 형ㆍ선배 하지 말고 이름을 불러라, 내 이름도 그냥 편하게 불러라, 포지션도 한 자리 한 역할만 고집하지 말고 둘 이상의 역할을 할 생각을 하라고 했다. 계급을 무시하고 평등 관계를 유지하라는 것이고 리더십의 필수인 상황맥락지능(contextual intelligence)을 최대한 발휘하라는 뜻이다. 스위스와 아르헨티나 전에서 스위스 골키퍼 디에고 베날리오는 막판에 아예 수문을 포기하고 상대 문전에서 사력을 다했다.

정부는 동문에 진을 치고 상대는 서문에 진을 쳤다고 치자. 서문에서는 야당, 기업, 언론, 대학, 시민단체 등 수시로 달라지는 상대와 정부는 싸워야 한다. 본질적으로 다른 상대에게 똑같은 전술을 구사하면 질 때가 많을 것이다. 정부가 늘 정책 하나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인재풀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선수 기용을 잘못하면 패하기 일쑤다.

대통령은 감독으로서 선수를 독려만 하지 말고 때로는 눈 감고 느낌으로 경기를 통제해야 고수다. 경기가 풀리지 않아도(대통령 지지도가 좀 떨어져도) 페어 플레이를 하면 된다. 경기는 이겨야 하겠지만 져도 선수ㆍ감독 모두 다 최선을 다했다고 관중이 인정하면 감동한다. 이겨야만 감동하는 관중보다 미국팀처럼 져도 박수 치는 관중이 더 많으면 된다. 경기가 끝나고 승패와 관계없이 상대 감독에게 다가가 악수하며 축하나 위로하는 것도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승패를 거역할 수 없는 정치 권력 간 경쟁에 감동을 입히려면 축구처럼 정부 운영도 멋지게 재미있게 하면 된다.

[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초대 중앙인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