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과 한권의 책] 교과서로는 알 수 없는 관료사회와 인사개혁 현장
  • 민기범 생각의나무 비소설팀장
    통의동 일기-초대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 3년의 공직 실록/김광웅 지음/생각의나무/2만2000원

    “지금이야 사람들이 얼마나 사 보겠어? 그래도 100년쯤 지나고 나면 찾는 이가 제법 많아질 거야.”

    “그야 그렇죠, 선생님.”

    반백의 노교수가 최종 교정지를 넘겨주며 한마디를 보탠다. 편집자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원고더미만큼이나 묵직한 ‘100년’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노교수는 행정학자 김광웅이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장, 한국행정학회장, 한국공공정책학회장 등을 지냈으며, 지금은 서울대 명예교수로서 서울대 공공리더십센터 상임고문,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산하 ‘좋은 책 선정위원회’ 위원장, 희망제작소 상임고문 겸 ‘좋은 시장학교’ 교장, ‘미래대학 콜로키엄’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통의동 일기’는 김광웅 교수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내며 매일 썼던 공직 일기를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좋은 정부’ ‘바람직한 정부’를 위한 바탕 자료를 삼고자 썼던 원고가 200자 원고지로 모두 7000여장. 저자의 성실함과 열정이 존경스럽다.

    이것을, 민감하거나 지나치게 사적인 내용을 덜어냈다 해도, 저자가 3분의 1로 줄이고 편집자가 다시 10%를 줄여 독자 앞에 내놓았으니 좀 더 많은 독자가 이 책을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두 사람 모두 같다. 분량뿐 아니라 편집자로서 책을 연출하는 데 있어 대중성과 사료적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고민이 많았다.

    김광웅 지음/생각의나무/2만2000원
    ‘통의동 일기’는 학자적 균형감각과 혜안으로 관료사회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인사위는 인사행정의 기본정책을 수립하고 개혁 사무를 관장하며, 3급 이상 공무원의 채용과 승진 심사, 각 행정기관의 인사 감사, 인사·보수 등 인사관계법령의 제정 및 개정안을 심의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인사기관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동안 이론적으로만 알던 관료의 언어와 행태, 청와대와 각 부처의 관계, 정부부처 간의 갈등, 정책과 관리 혁신, 정부와 의회·언론·지식인 집단·NGO와의 관계를 매우 생생하게 보여준다. 실로 교과서로는 절대 알 수 없는 정부 관료사회와 인사개혁의 현장을 엿볼 수 있다.

    ‘통의동 일기’를 읽다 보면 사막처럼 지루할 것 같은 공직사회에서도 인간 냄새가 폴폴 난다. 수많은 고위직 공무원들이 실명으로 등장하고 인사개혁의 중심에 선 저자의 열정과 감동, 고뇌와 탄식이 이어진다. 공무원들에게 ‘글 좀 제대로 쓰라’고 주문하는 그답게 문장들도 천의무봉은 아니지만 매끈하기 그지없다.

    책이 나오면 연락드리겠다고 하자 반백의 노교수 왈, “이번에 책으로 나온 건 해가 떴을 때 얘기고, 해가 진 뒤가 더 재밌어. 사실은 그게 진짠데 …… 그건 책으로 못 내지, 흐흐흐.”

    민기범 생각의나무 비소설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