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문과 지도자, 이과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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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9.23 22:16 / 수정 : 2009.09.23 23:16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후진타오, 장쩌민 등 중국 지도자들을 다른 나라 지도자들과 비교한 일이 있다. "그들은 방한했을 때마다 삼성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해서는 반도체 핵심기술인 회로선폭 같은 것들에 대해 물었다. 다른 나라 지도자들이 사업장 규모나 매출액처럼 일반적인 사항을 묻는 것과는 달랐다. 이는 중국 지도자들이 반도체 기술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다는 얘기 아닌가."

▶1989년 권력을 잡은 장쩌민은 전기공학을 전공했고 뒤를 이은 후진타오는 수리공정학을 공부했다. 현 중국 최고 지도층인 공산당 정치국 상임위원 9명 중 8명이 이공계 출신이다. 무선전자, 지질구조, 전력, 자동제어, 전기공정, 동력, 압력가공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 중국 4세대 지도자집단의 국가 경영철학은 '과학적 발전관'이다. 중국이 지난 20여년 무서운 성장을 이룬 데는 최고 지도자들의 이런 실사구시(實事求是) 국가 경영관의 공이 컸다.

▶중국만은 못하지만 세계적으로 이공계 출신 국가 지도자가 드물지 않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론물리학과 양자화학을 전공했고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수학과 출신이다. '영국병(病)'에서 나라를 구한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옥스퍼드대에서 화학을 공부했다. 최근 취임한 일본 하토야마 총리는 수리공학을 전공, '문과 왕국' 일본 최초의 이공계 출신 총리를 기록했다.

▶인간의 복합적 지적(知的) 활동을 문과(文科)니 이과(理科)니 두부 모 자르듯 인위적으로 나누는 게 옳으냐는 지적이 있다. 보병·포병 하는 병과(兵科)가 대령에서 장군으로 진급하면 없어지듯, 국가 최고 지도자가 되면 문과·이과 전공을 넘어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결단력·추진력이 더 중요해진다. 그러나 문과 출신에겐 소통과 표현 능력, 이과 출신에겐 과학적 분석 능력이 더 두드러진 것도 사실이다. 국가 발전의 어느 시기에 지도자의 문과적 덕목이 더 필요할 수도, 이과적 소양이 더 요구될 수도 있다.

▶최근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로 떠오른 시진핑 국가 부주석의 전공이 주목거리다. 학부에선 화공과를 졸업하고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학력이 중국의 진로를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과계 출신 일변도인 우리 정치 지도층 현실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 우리 국회의원 299명 중 순수 이공계 출신은 5.3%인 16명, 16명의 각료 중 이공계 출신은 단 한명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