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직 적격성 지수

  • 김광웅·서울대 명예교수前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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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9.24 23:03

김광웅·서울대 명예교수前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

미국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스쿨은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US News and World Report)지와 매년 미국의 공공 리더 100인을 뽑는다. 장관, 주지사, 시장, 사립대학 총장, 교수, 언론인, 기업의 CEO들이 뽑힌다. 이때 '공공(公共)'은 우리만 사적인 것과 구분하지만 중국과 일본은 공공을 사적 영역을 포함하는 뜻으로 쓴다. 이 점은 미국과 유사하다. 2006년에 뽑힌 '100인' 중에 김용(John Kim) 당시 하버드대 의대 교수가 있었다. 그는 엇그제 명문 다트머스 칼리지 총장으로 영입된다.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이란다. 그가 베스트 리더로 뽑힌 이유는 남미와 러시아 등지를 다니며 질병을 치료하는 봉사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같은 대학교 공공 리더십 강의에서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는 '권력은 봉사'라는 것이다. 명예와 힘, 또 때로는 치부할 수 있는 것이 공권력이긴 해도 공직은 어디까지나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다.

그런 자리를 맡을 기본이 되는 요건이나 자질은 무엇일까?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나 부주석 시진핑을 배출한 칭화대학은 능력보다 사람됨을 더 강조한다. 우리나라도 예로부터 수신(修身)을 말하며 인물의 됨됨이를 따졌다. 퇴계 이황이 강조한 것도 신독(愼獨)이었다. 남이 보아서가 아니라 혼자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남이 없도록 삼가기를 애써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정신은 시대가 달라져도 모두의 전범이 되어야 할 고위 공직자가 갖추어야 할 기본요건이다.

그런데 사람만 좋고 바르다고 험한 나라 정책을 제대로 수행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기야 일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하는 것이니까 한두 사람에게 흠이 있어 크게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점에 있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명암이 갈리고 성패가 달라지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리더십의 중요성이 늘 강조된다.

그럼 뭐를 봐야 그 자리에 마땅한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공직은 다른 직업에 우선해 법과 규칙부터 지켜야 일차 자격을 갖춘다. 정책을 포함해 모든 직무의 준거가 법이기 때문이다. 지난 한 세대 경제 성장만 앞세워 법은 뒷전에 밀렸지만 선진국이란 다른 나라가 아니라 법부터 지키는 나라다. 사람의 심성 중엔 교통법규나 세법 등에서 좀 어겨야 직성이 풀리는 DNA가 있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해 전체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은 오직 법 말고는 없다.

법 지키기에 더해 또 어떤 자질과 능력을 갖췄느냐인데 맡을 조직의 성격과 할 일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긴 해도 정부는 어디까지나 잘못되고 어려운 일을 고치면서 내일을 준비해야 하니까 공공성과 미래성을 빼고 말할 수 없다. 공사 간에 과거의 잘잘못을 가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일을 어떻게 하느냐를 가릴 수 있어야 우리가 믿고 맡길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인재 등용 시스템이 보완되었으면 싶다. 미국처럼 후보자에게 두 달간의 준비기간을 주고 며칠씩 때로는 몇달씩 청문회를 열 수도 있겠지만 기간보다는 후보자의 품격을 더 존중하고 인적자원의 여과장치를 더 닦고 조여야 한다. 그에 앞서 기준과 요건을 보완해 '공직 적격성 지수'(Public Service Aptitude Index)를 새로 개발했으면 한다. 이들 지수는 공적 인물의 기본 됨됨이부터 시작해서 조직에서 남과 함께 얼마나 일을 잘할 수 있느냐와 경쟁만 능사로 삼는 20세기 '지배의 리비도'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감성의 리비도'로 상대와 공존하며 미래창조사회를 얼마나 잘 맞을 수 있느냐 등을 가리는 지표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나라에 희망을 걸 수 있는 인재 흐름도를 감상하고 싶으니 정부는 이렇게 준비하고 국회 청문회는 정략으로 흐르는 정치게임장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