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아주 위험한 장난감이다."

`이타적 유전자`의 저자로 유명한 매트 리들리가 한 말이다. 그는 정부는 전쟁이나 벌이고, 이데올로기 강요하고, 지배자들을 부유하게 하는 데 골몰한다고 말한다. 의뢰인 배도 불려준다고 한다.

즉 정부는 "파킨슨의 법칙에 따라 그 수가 계속 늘어나기만 하는 거대하고 탐욕스러운 관료들을 거느린다. 그리고 이 관료들은 무역업자와 발명가처럼 부의 진정한 창조자들에게 기생하면서 살아가는 집단이다"라고 한다. 현 정부를 보고 하는 말 같다.

이런 정부를 맡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요즘 세상은 매우 어수선하다. 어수선한 정도로 끝나면 좋겠으나 진입 유지관리 퇴출비용이 엄청나게 든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이런 비용까지 들여가며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할까?

◆비용만만찮은 대선

= 진입비용부터 따지면, 각 당이 벌이는 경선 비용과 후보가 된 후 투표 전일까지 벌이는 선거운동의 본선비용이 가히 천문학적 숫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얼마까지만 쓰라고 한정해 놓고 있지만 그건 허수에 불과하다. 가방, 사과상자, 자동차 등으로 실어 나르는 비용을 정확히 계산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진입비용은 유지관리비용으로 연결된다. 돈을 댄 사람에겐 집권 후엔 이권으로 보답해야 한다. 공직을 제공하기도 한다. 돈 대신 몸으로 때운 사람에게도 논공행상이 따른다.

이들 모두가 국민의 세금인 예산으로 충당된다. 진입에 든 비용이 관리비용(국가예산)으로 충당되는 셈이다.

이런 비용을 원천적으로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새로 창출되는 비용이라도 줄여야 한다. 안 될 개혁을 내세워 예산을 마구 쓰지 말라는 뜻이다.

예를 들면,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에릭 매스킨 교수의 말처럼 교육, 환경, 의료, 국방 등에 기업보다 나은 적절한 `메커니즘 디자인`을 할 줄 아는 정부를 운영해야 한다는 말은 맞지만 실제로 얼마나 가능할까? 관료란 자신이 할 수 없거나 책임지기 싫은 것은 용역에 맡긴다. 개혁의 명분과 논리를 얻기 위해 이름과 손을 빌리는 것이다.

또 그다지 원하지 않는 일을 외부의 압력에 못이겨 시작하는 경우에 실질과 운영이 다른 복수의 주체끼리 갈등을 빚는다.

결국 계획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돈은 돈대로 쓰고 결과는 무관심, 소극적 태도, 형식주의, 그리고 무성과로 끝난다. 권위주의와 이기주의에 찌든 기존 관료 메커니즘을 타파해 새로운 것을 해내는 일이 여간 어렵지 않다는 말이다.

비용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퇴출비용 역시 엄청나다. 권력의 단맛을 본 사람들이 벌이는 부정부패 때문에 연루자 개인은 물론 대통령과 참모집단 모두의 불명예로 끝나니 이 비용은 또 어떻게 계산해 낼 수 있을까?

진입과 관리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뽑는 방식을 바꾸자는 사람이 있다. 민주제도 근간을 뒤흔드는 이야긴데 `제비뽑기`를 도입하자고 `근대일본의 비평`을 쓴 가라타니 고진이 주장한다.

민주절차라는 것이 허울만 그럴 듯하니 비용 적게 들여 괜찮은 사람 하나 뽑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새롭거나 엉뚱한 이야기가 아니라 일찍이 아테네에서는 권력이 있는 행정직이나 사법직을 제비로 뽑은 적이 있다. 요행이라는 것 때문에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능력 있는 사람이라도 조직에 들어오면 갈등을 빚거나 성과를 올리지 못해 기대에 어긋나는 때가 있다.

◆제비로 뽑잔다

= 그래도 처음부터 능력 있는 사람이 배제되면 안 되니까 일정 수준에 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잔다. 아니면 능력 있는 사람들끼리 돌아가면서 맡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말레이시아의 국왕을 각 주의 술탄들이 돌아가며 맡는 것과 비슷하다. 말하자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일 때가 많으니 온갖 비용을 들인 후 실망하지 말고 우연에 맡기고 나서 이를 제도화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럴듯해 보이긴 해도 이 역시 실제로 도입할 수 있는 제도인지 판단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요는 민주제도가 완벽하지 않아서인데, 다른 뜻으로 한 말이지만 "민주주의는 죽어가고 있다"는 하임 해라리의 말도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 오는 12월 선거는 고비용도 줄이고 민주주의도 제대로 살리는 대선이 되었으면 한다. `참 민주주의`를 실천할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위험한 장난감 잘못 갖고 놀다 크게 다칠 수 있으니 단단히 마음먹고 정부를 맡아야 한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