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스타일대로 깊이에 깊이를 더해야 국민은 믿음 담은 표를 선사한다”

‘나라 바로 세울 후보 뽑자!’

대선판이 근사해 보이지 않는다. 나라의 판은 꽤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듯한데 정치판의 인물됨이 고만고만해서일까. 제30회 런던 올림픽으로 한국이 체육 강국임이 입증되면서 국가위상 또한 급상승했다. 나라가 강국인 것은 다른 지표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1)경제력 세계 13위 (2)군사력 세계 6위 (3)한국어 세계 12위 (4)인구 세계 25위 (5)국가경쟁력 세계 22위 (6)초고속 인터넷사용 세계 1위 (7)문맹률 1% 이하 (8)IQ 세계 1위 등이 그렇다. 또 있다. 수학이나 화학 올림피아드에서도 우승하는 나라다. 모두가 노력하고 힘을 모은 결과인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기본은 지난 300년간 믿고 지탱한 경쟁과 승리, 그리고 지배의 패러다임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기대만큼 되지는 않는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세계경제포럼(WEF), 세계은행(World Bank) 등의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1)세계 투명성 43위 (2)세계 행복지수 32위 (3)노사관계 생산성 53위 (4)숙련 엔지니어 보유 수준 48위 (5)정부 효율성 37위 (6)기업 효율성 36위 (7)금융시장 성숙도 80위 (8)정치인 신뢰도 65위 (9)정치 불안정 52위 등이다. 나라가 갖출 것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반목, 갈등, 분열, 양극화로 치닫는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승리에만 집착하며 경쟁과 지배의 패러다임이 뒤를 받치고 있는 경제 제일주의, 물신주의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규격품 생산에 몰두해서다. 올림픽 승리에만 집착해 4∼13세 어린 학생을 강도 높게 훈련시키는 중국의 사회주의 선수관리 방식과 선수를 국가가 관리하는 우리는 목표 달성의 집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자본주의 인재양성 엘리트 교육이 몰인간적 규격품 생산이란 점 또한 비슷한 이야기다. 여유를 가지고 아이디어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인물을 크게 키우겠다는 생각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렇게 해서 잃어버린 가치는 언제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시의 아름다움, 찬연한 저녁노을, 교육의 지혜, 공직의 책임윤리, 정의감 넘치는 용기 등 고귀한 가치들은 경제성장의 계산 가치에서 빠져 있다. 모든 것을 시장의 교환 가치로만 보니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요인들-이른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이타주의, 관용, 결속, 공공성, 우정과 사랑, 지혜, 시민정신 등 써서 고갈되는 상품이 아니라 쓰면 쓸수록 강해지는 근육과 같은 것이 외면당하고 있다. 마이클 샌델이 최근 책에서 지적하지 않았어도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아름다운 가치가 무수히 많은데 우리 눈앞에 어른거릴 뿐 정책에 반영되지 않아 현재화하지 않는 것이 많다.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 중 장관·도지사·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지낸 인물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자리를 거친 것은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충분조건은 아니다. 대통령이 되려면 역사관, 세계관, 가치관 등 철학과 사상과 이념에서 일가를 이루고 있어야 한다. 남이 써준 자서전이나 정책 등으로 이념성향을 내세우지만 천박한 쇼나 펼치며 홍보하는 이들에게서 플라톤, 율곡, 퇴계 등의 사상관을 읽을 길이 없다.

국가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대통령 후보들이 전형적인 물신주의적 사고방식에 젖어 있고 경쟁, 소유, 성과 등 업적중심적 사고에 몰두하고 낡은 지식에 21세기 변하는 패러다임을 따라가지 못하면 나라의 내일을 맡기기에 적절하지 않다. 대통령이 되려면 적어도 문제의 본질과 맥락을 놓쳐서는 안 된다. 표 모으려고 코미디나 따라하기보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깊이에 깊이를 더해야 국민은 믿음을 담은 표를 선사한다.

국가를 보는 기존 인식과 패러다임부터 바꿔라. 세워 놓은 목표를 달성하면 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라. 크게 멀리 생각하고 잃어버린 가치를 생활 속으로 가져 와라. 그래야 어제와 오늘과 다른 내일이 펼쳐져 다른 대한민국이 다가온다. 유감스럽게도 이번 대선 후보들을 보면 이런 변화가 잉태될 것 같지 않아 걱정이 태산 같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