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 공약 남발하기보다 국민들에게 힘을 모아 대업 완수하자고 호소해야”

대선 주자들에게 기대 아닌 회의를 느끼게 된다. 정치 개혁하고 재벌 바로잡고 민생 어려움 해결하겠다고 약속은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가능할지 의문이 앞서기 때문이다. 득표활동 양태는 옛 모습 그대로다. 재래시장 다니고 군부대 찾고 복지시설 가서 어린이 끌어안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면 큰 틀에서 나라의 위상을 어떻게 달리 만들어 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21세기 초반을 넘어 중반에 들어서면 세상은 어떻게 변하고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겠다는 비전을 내놔야 한다. 이를 위해 후보들은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 뭐 고치겠다, 뭐 해 주겠다 같은 선심 공약보다 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 한들 여러분의 도움 없인 아무것도 못할 테니 같이 힘 모아 대업을 완수하자고 해야 한다.

대통령 권한을 줄이겠다는 실현 불가능한 저자세보다는 국민더러 짐을 나누어 같이 지자는 호소가 먼저다. 대통령이 아무리 애를 써도 5년이 지나 또 대선을 치를 때가 되면 지금과 똑 같은 문제를 놓고 내가 옳다 네가 그르다를 반복하며 문제에 매달릴 것이 뻔하다. 경제민주화나 재벌 구조조정 같은 것도 말은 그럴듯하지만 본질은 고루 나누어 갖자는 것인데 지배의 리비도 일변도인 자본주의 이념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지 않는 한 개혁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노벨 경제학상까지 탄 공공선택학파 창시자 제임스 뷰캐넌 말대로 세상에 공익은 없고 사익만 있다. 그래도 공존하기 위해서 민주주의의 이상을 추구하고 있는 것일 뿐 실제는 제 밥 찾아 먹기에 급급한 비합리적 모순 덩어리 엘리트를 대통령이라고 어찌하지 못하는 것이 한계고 비애다. 더군다나 이념도 이념이지만 법과 제도, 그리고 정책으로 뭐를 고쳐보려고 한들 이반 일리치의 말대로 그것은 본질을 모르고 하는 허욕일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이 제일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대통령 직의 권위나 권한으로 고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청와대에 앉아 있으면 세상이 모두 내 것인 줄 착각하겠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은 것이 실재고 현실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장관을 닦달해도 그 자리를 모면하기에 급급하고 부처에 돌아간 장관은 어떻게 하면 부처 이익을 잃지 않고 하명을 이행할 것인가 꾸미기에 급급하다. 관료사회도 장관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자기 부하인 장관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데 각자가 헌법기관이라고 뻐기는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개혁공약은 무산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것은 18대 국회에서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 전통시장과 상점가 육성, 증권거래세법 등 민생과 직결되는 일부 개정법률안 등 수 많은 법안이 다음 국회로 미뤄진 것만 보아도 안다. 전체 법안 통과 비율이 고작 15.2%이니 대통령의 개혁 정책 공약이 거의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유권자는 후보를 선택할 때 어떤 약속을 했느냐를 보고 판단하겠지만 그 약속이 허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알고 찍든지 말든지 해야 한다.

그러니 대선 후보는 솔직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고, 없는데도 꼭 고쳐야 할 것이 있다면 국민들에게 도움을 청해 같이 고치겠다고 호소해야 한다. 케네디가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자문하라고 한 것이나, 오바마가 국가에 투자해 달라고 호소한 것이나 모두 국민에게 솔직히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내가 대통령만 되면 뭐든지 고치고 뭐든지 원하는 바를 이루어 주겠다는 허풍은 이제 그만 떨었으면 한다.

대선이 두 달도 남지 않았다. 21세기 리더십은 무대 위와 아래, 무대 앞과 뒤를 가리지 않는다. 구경꾼 따로, 뒤에서 고생하는 스태프 따로 있지 않다. 내가 무대 위에 섰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나도 무대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며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호소하고 또 호소해야 한다. 그런 인물이 이번 대선 후보 중에 있을까?

김광웅 서울대 행정학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