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날을 내다 보면서 투표하자… 권력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도록 ”

선거란 엘리트 간의 우열을 가려 순서를 정하는 게임이다. 순서를 정하려니까 경쟁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파열음이 나게 된다. 요란할 뿐만 아니라 마음도 찢어진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념, 세대, 지역, 빈부 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갈라진 틈에 양념처럼 검정과 거짓을 색칠해 이전투구하면서 간극이 더 넓어졌다.

문제는 선거 후다. 찢긴 집단들을 봉합해야 하는데 뾰족한 묘안이 없다. 혼탁해진 사회 분위기와 양극화된 세력들을 집권 후 어떻게 용해해 국정을 조화롭게 이끌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갈라진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박근혜 후보 쪽은 비교적 단순하고 일관된 이념과 논지로 뭉쳐 있지만 연정도 아니고 공동정부도 아니면서 연합세력의 승리가 될 수 있는 문재인 후보 쪽은 이념의 스펙트럼이 넓다.

지금 우리의 관심사는 권력을 얼마나 나누어 가질 수 있는가이다. 권력은 피자 갈라 먹듯 나누기가 쉽지 않다. 권력은 안팎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 분열의 소지를 늘 안고 있다. 권력의 속성은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그 본질은 독점과 억압이다. 권력은 본질적으로 나누어 가질 수 없고 또 하드파워를 앞세워 상대를 불편하게 만든다.

인류 역사상 인간의 얼굴을 한 전체주의와 내일의 천국을 가장한 자본주의는 늘 다투게 되어 있다. 병원이 환자 때문에 있는데도 의사가 환자에게 군림하듯 정부는 국민을 위한다고 말만 하지 실제는 지배계급과 관료의 이익을 충족하기에 급급하다.

누구든 서민 대통령을 외치고, 국민과 소통하는 반제왕적 리더십을 추구하지만 그런 표현은 그야말로 수사일 뿐 일단 대통령이 되면 주변에서 가만두지 않는다. 권력은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눈멀게 하고 자신의 이익에 맞춰 다른 사람을 수단으로 취급하는 것이 상례다.

남을 지휘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복권을 나누어 주는 권한을 부여한 다음 다양한 표정을 한 여러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사진 속 인물의 감정을 읽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음을 확인하는 실험 결과도 있다. 정치개혁, 정권교체 등 어떤 언사를 써도 속마음, 그리고 무의식에 자리한 지배 욕구를 지울 길 없다. 지배계급을 없애겠다는 말을 한 순간 스스로 지배계급이 된다.

내일 밤이면 대통령 당선자가 탄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쟁 양상이 박빙이니까 누가 될지는 출구조사로는 알기 힘들 것이다. 최악의 경우 미국의 부시와 먼데일 때처럼 선거 소송 후 한참을 지난 뒤 밝혀질지도 모른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은 대통령 당선자와 지지세력 간의 관계 설정이다.

특히 문재인 후보의 경우 같은 세력끼리 잡음 없이 국정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노태우 이후 김영삼과 김종필, 그 다음 정부 때 김대중과 김종필, 그리고 노무현과 민주당, 이들이 얼마나 어떻게 권력을 나누어 가졌는가를 보면 어느 정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겠다. 권력 분점에 대한 주변의 요구가 강해지면 권력투쟁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국민에 대한 서비스는 뒷전에 밀리고 민생은 구석에 처박힌다. 이러한 사정은 박근혜 쪽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같은 당내에서도 선거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들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권력이란 늘 그렇다. 쟁취 후 얼굴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걱정하는 것이다.

선거 판의 각축은 볼 만큼 봤으니 이제부터 유권자는 국정 운영에 주목하며 표를 찍어야 할 것이다. 내 한 표의 값이 얼마인데, 이를 누가 잘 써서 그동안 어지러웠던 분위기를 잘 봉합해 나라 변화에 기여할 것인가,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권력의 한쪽 얼굴이 독점과 억압인 것은 맞지만 또 다른 한쪽의 얼굴은 얼마든지 예쁠 수 있다. 권력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던져야 내 마음도 편해진다.

김광웅(서울대 명예 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