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창조적 신세계’ 연주하려면 몸의 소리감각과 리듬으로 국민에게 다가서야”

열댓 명의 초등학생들이 둥글게 원을 그려 천천히 걷는다. 손뼉 치고 무릎 치며 박자와 음감을 익힌다. 지난주 미국 듀케인대 음대 연습장의 한 장면이다. 대학생이 아닌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수업명은 리듬학(eurhythmics)이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등 악기를 웬만큼 다루는 아이들인데도 기초를 다지고 있다. 뇌는 눈과 귀로만 사물을 인지하지 않고 몸의 소리, 체성(體性) 감각(somatosensory)으로 동시에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리더십 훈련도 원래 이렇게 하는 거다.

18대 대통령이 될 박근혜 당선인의 리더십은 어떤 스타일일까. 스타일 따라 국정 운영의 내용과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관심을 끈다. 측근 참모들이야 잘 알고 있겠지만 새로 임명될 정부의 각료들이나 보필하는 관료들이 스타일을 잘 알고 있어야 대통령의 지시나 행동을 예측하고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고 억측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리더십 스타일을 얼굴 표정이 친화적인지, 눈맞춤을 잘하는지, 말소리가 부드러운지, 말수가 많은지, 말을 빨리 하는지, 질문을 많이 하는지, 지시 위주로 하는지 등을 가린다. 또 상대방을 편하게 해 주는지, 사람 지향적인지, 팀 지향적인지, 단정적인지 아닌지 등도 가린다.

선거 때를 돌이키면 박 당선인은 브라우니 인형처럼 말수가 없고 부드럽지만 상대방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편한 상대는 아닌 듯하다. 그래도 썰렁한 농담을 가끔 해 좌중을 편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의논보다는 스스로 생각을 많이 해 상대방을 존중하는 듯하지만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쪽이 아닌가 싶다. 영국의 대처 총리처럼 보고서가 엉터리라고 야단도 잘 치는지는 모르겠다. 박 당선인 리더십의 전체적 인상은 단정적(assertiveness)이다.

미국 대통령 중 호응 정도를 가리는 대응적(responsiveness)인 것과 단정적인 요소를 대립시켜 클린턴과 케네디를 대응성도 강하고 단정적인 쪽으로 분류한다. 단정적이면서 대응성이 약한 인물로는 존슨과 닉슨을 든다. 포드, 레이건, 부시는 상대적으로 덜 단정적이다. 긍정적이면서 적극적인 인물은 F D 루스벨트, 트루먼, 케네디, 포드, 카터, 부시다. 레이건은 긍정적이지만 수동적이고 여러모로 평가가 좋은 아이젠하워는 오히려 부정적이고 수동적으로 분류된다.

또 리더십 스타일의 기본이 되는 조직화와 위임에서, 그리고 사회적 스타일에서 호감을 주는 인상인지, 자의심 강하고 모니터를 끊임없이 하는지, 치우치지 않고 팀 운영을 하는지, 공공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정책결정 과정이 구조화되고 참여적인지, 정책 프로모션을 잘하는지, 정책 모니터링을 조직적으로 잘하는지 등에서 제일 높은 점수를 받은 대통령이 아이젠하워다. 일반적으로 평가가 제일 좋은 레이건은 정책 프로모션에서만 그렇지 다른 요소에서는 클린턴만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특히 의회를 설득해 원하는 정책을 통과시키는 정책 프로모션이 대통령직 수행에서 성패를 가르는 시금석이 된다. 정책은 아이젠하워와 존슨은 60%, 케네디는 27%, 닉슨은 32%, 포드는 29%밖에 통과시키지 못했다. 정책을 잘 파느냐 못 파느냐는 연두교서를 얼마나 잘 발표하는가로 가려져 한 해 농사가 풍년이 되고 흉년이 되기도 한다. 또 클린턴처럼 의회를 제치고 이익집단과 국민에게 직접 다가가는 길이 있다. 리더십 스타일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모범 답안은 없다.

그러나 리더십 바탕은 역시 리더의 몸의 소리감각과 리듬이 국민에게 얼마나 다가가 있느냐다. 마음은 늘 그러한데 실제가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관료주의 장벽이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재정으로 해결하려는 알고리즘밖에 모르고 몸이 굳어 딱딱하기 그지없는 집단과 같이 지내며 국민의 민생과 행복을 챙기고 대통합을 이루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아우르며 ‘창조적 신세계’ 서곡을 멋지게 연주하려면 관료집단부터 국민의 몸의 감각과 리듬에 맞추도록 끊임없이 독려해야 한다.

김광웅(서울대 명예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