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A1, A3면>  2014년 12월 18일 목요일


[청와대부터 쇄신하라]     [中] 國政 스타일을 새롭게 - 정치·사회학자 11명의 제언


'원칙·도덕성' 장점 가리는 나홀로 리더십 벗어나야
對面 보고 늘리고 받아쓰기式 회의는 그만… 자문그룹 활성화하고 言論과 소통 강화를

- 비밀주의 극복을
관저 집무시간 줄이고 참모들과 1대1 접촉 늘려 설득하는 리더십 보여야

- 국정에 대한 진정성은 장점
메시지 간결하고 일관적, 公·私분리도 비교적 철저… 외교·안보분야 안정감 뚜렷

이제 박근혜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은 3년 2개월이다. 장차 어떤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인지는 임기 반환점을 도는 내년 1년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본지가 인터뷰한 정치·사회학자 11명은 "지금 같은 박 대통령의 통치(統治) 스타일이 고착된다면 남은 3년 동안 성공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그들은 "청와대의 인적 구성 및 시스템 혁신도 중요하지만 박 대통령 자신이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폐쇄성'은 박근혜 정부와 청와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학자들은 "그 문제도 결국은 박 대통령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캠페인(campaign·선거)과 거버닝(governing·통치)은 다르다"면서 "박 대통령은 집권해서도 대선 후보일 때의 리더십에서 변한 것이 많지 않다"고 했다.

학자들은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의 '단점'을 크게 다섯 가지로 꼽으면서 박 대통령이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학자들은 박 대통령에 대해 ①대면(對面) 보고를 늘리고 ②받아쓰기식 회의를 지양하라고 조언했다. 그들은 또 ③국정 자문 그룹을 운영하고 ④기자회견 등 언론과 소통하기를 강화하고 ⑤관저 집무 시간을 줄이면서 민심(民心)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정치, 사회학자 11명이 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장단점 정리 표

한편 박 대통령의 '장점'으로는 ①메시지가 간결하고 일관되면서 ②자신의 원칙과 가치를 고수하는 모습을 보여왔고 ③공사(公私) 분리 등 도덕성에서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점이 꼽혔다. 아울러 학자들은 ④외교·안보 분야 안정감 ⑤지지층 내의 카리스마도 박 대통령이 지닌 강점으로 들었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폐쇄적 리더십'이란 단점이 박 대통령의 자산(장점)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점"이라고 했다.

정치·사회학자들이 지적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단점에는 '소통 부족'이란 부정적 평가가 주로 깔려 있다. 그들이 내놓은 지적 가운데 하나가 "대통령이 관저에 있는 시간을 줄이라"는 것이었다.

◇"비밀주의가 문제 키워"

물론 박 대통령의 주된 업무 공간은 청와대 본관 집무실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일과 시간 중이나 퇴근 후, 관저에서도 적잖은 업무를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인사들은 "청와대 안에서 대통령이 있는 곳이 곧 집무실"이라고 해 왔다. 하지만 그게 '관저'일 경우, 그 공간의 속성상 참모들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이 서면 보고를 선호한다는 것도 학자들은 단점으로 거론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참모는 대통령의 눈을 마주 보고 보고해야 그의 의중을 알고 정확히 움직일 수 있다"면서 "대통령이 '나 홀로 결정'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대통령은 가장 정치의 중심에 있는 인사로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한다"고 했다. 강 교수는 "얼마 전 박 대통령이 '(규제 개혁) 단두대'라는 거친 표현을 썼는데, 이는 대통령의 말과 국민 정서에 괴리가 생기고 있다는 조짐"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권 출범 초반, 청와대 안팎에서는 '적자생존'이란 말이 유행했다. 각종 회의에서 수석비서관들이 고개를 숙이고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받아 적은 모습을 빗댄 것이다. 최근 들어 그런 모습이 사라졌지만 그 이미지는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대통령이 여전히 수석비서관들에게 '이렇게 하라'고 지시만 할 뿐 대안을 만들어 설득하고 끌고 가는 리더십을 못 보여줬다"고 했다.

최진 경기대 교수는 "국정 자문 그룹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공식 라인과 비선 중간 단계의 그룹으로부터 중립적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회 원로나 공적 라인에 있는 사람을 개인적으로 초청해 듣는 것은 판단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자기 생각을 내보이는 기자회견을 한 번밖에 하지 않으면서 그 공백을 수석비서관 회의나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도 "대통령은 언론과 자주 접촉해야 한다. 대통령은 여러 그룹으로부터 얘기를 들어야 하고 그 가운데 하나는 언론"이라고 했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현 청와대의 특징은 '비밀주의'"라면서 "설명을 안 하니깐 어떤 얘기가 떠돌면 사실 여부 판단에 앞서 그냥 믿어버리게 되는데 그 책임은 청와대에 있는 셈"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 도덕적" 이견 없어

학자들은 박 대통령이 가진 장점에 대해서도 대체로 견해가 일치했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박 대통령의 애국심이라든지, 국정에 대한 진정성이라는 부분은 평가를 할 수 있다"면서 "사심을 보이지 않았고 주변에 사조직 같은 것을 두지 않았다"고 했다.

김형준 교수는 박 대통령에 대해 "메시지가 간결하고 그 나름대로 국가관이 뚜렷하다"고 했다. 강원택 교수는 "'신뢰와 원칙'은 박 대통령이 지닌 장점"이라면서 "절제된 생활을 하고 도덕성에도 문제가 없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이번 스캔들('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로 그런 이미지에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심지가 굳고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점"을 들었다. 가상준 교수는 "외교·안보 정책과 보수적 가치 등에서 한번 정한 원칙을 바꾸지 않아 안정감을 준다"고 평가했다. 최진 교수는 "박 대통령은 지지층에 대해 견고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며 "그래서 반복되는 인사 파행에 지지율이 출렁이다가도 원상회복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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