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02.22(일) 17:20:17 | 최종수정 2015.02.23(월) 01:51:06



시인 고은은 사람들 대화 중 92%가 거짓말이라고 한다. 문호 톨스토이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거짓말 하는 데 익숙해졌고 남들의 거짓말에도 익숙해졌다”고 말한다. 언어 소통은 거짓말의 잔치에 불과한데 불통이 질타당한다. 한편 밀란 쿤데라의 소설 ‘무의미의 축제’에서는 포르투갈어를 하는 사람과 터키어를 하는 사람이 직장에서 아무런 지장 없이 일을 한다. 소통은 언어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짓으로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불통으로 2년 세월을 보낸 박근혜정부가 집권 3년째를 맞는다. 아직도 불안하다. 불통을 극복하려면 장관부터 정책 뒤집기를 하지 말고 수석들도 대통령 뒤에 숨지 말고 전면에 나서야 하지만, 대통령부터 소통만 아니라 국민을 감동시켜야 한다. 소통의 대명사인 대면결재보다 서면결재가 눈을 맞출 수 없고 설명 기회가 없긴 해도 금쪽같은 대통령의 시간과 감정의 조정이 가능한 이점이 있다. 국가정책의 결정 순간엔 보고의 차원을 넘어 권력의 끌고 당김이 살아 숨쉰다. 결정의 심리를 들여다보면 반드시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만 진행되지 않는다. 그 현장을 관리하는 스타일은 사람의 성정 따라 다르고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고와 결정의 양상을 보고 소통이 된다 안 된다를 가리지 못한다. 사람들이 뭔가 듣고 싶고 껴들고 싶고 다른 의견을 내고 싶어하고 공통점을 찾으려고 애쓰고 같으면 맘이 놓이고 다르면 분노하는 현실을 극복하는 것이 문제다.

명배우가 되는 것은 얼굴이 예뻐서도 몸짓을 잘 해서도 대사를 잘 외워서도 아니다. 명배우는 출연자들끼리는 물론 객석의 관중과 한마음이 되고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국민의 이질적 구성과 달리 동질적 집단이긴 하지만 슈틸리케 국가대표팀 감독은 단시간 안에 팀을 하나로 만들었고 팬들을 감동시켰다. 이유는 단 하나. 선수들의 재능과 역할을 정확히 알고 믿고 맡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못의 책임은 자신이 지기로 했기 때문이다. 권부가 권한은 챙기고 책임은 지려고 하지 않는 것과 크게 다르다.

대통령이 소통을 넘어 국민을 감동시키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우선 지금까지 하던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하는 거다. 청와대 팀부터 하나가 되어야 하고 대통령의 역할이 분담되었으면 한다. 정치문화가 다르지만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 데니스 맥도너는 최근 각 주요 방송사에 나와 유명 정치 전문기자와 IS, 증세 등 민감한 정치 현안을 속속들이 토론해 최고소통관(communication-in-chief)이 되었다. 청와대 참모들이 대언론 기피증에 걸려 있는 것과 천지차이다.

대통령이 일일이 연설하며 설득하는 것에 보좌진의 이런 역할이 보태지면 짐은 훨씬 덜어진다. 연설은 케네디나 오바마가 전범은 아니라도 변명이나 해명보다 현장의 사실을 하나하나 적시하며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인사조치로 친다면 연설담당비서관부터 갈았어야 했다. 옥상옥인 특보 임명보다 신경ㆍ심리전문가를 임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사제가 신도에게, 정신의학자가 환자에게 하듯 리더는 받아 적게 하지 말고 경청해야 상대의 마음을 얻는다. 도파민이나 테스토스테론 같은 호르몬이 분출될 수 있도록 상대와 눈을 맞춰야 한다. 히포크라테스도 사람 눈을 보면 그 사람을 안다고 했다. 모든 것을 언어만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고, 나만 잘하면 모두가 따라온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를 둘러싼 세상을 바꾸고 싶거든 내 안의 변화부터 시작하라”는 간디를 기억했으면 한다. 진정한 리더십은 소통을 넘은 울림이다.

대통령은 영원하다. 한 번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마다할 수 없다. 남은 3년 임기도 중요하지만 퇴임 후에도 국민을 감동시키는 대통령으로 남았으면 한다.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