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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정부를 이끄는 대통령이나 총리에게 국민은 많은 기대와 주문을 하게 된다. 국민의 요구만이 아니라 스스로의 판단, 국제적 환경, 역사의 흐름에서 지도자로서 자신이 해야할 역할이 무엇이며 이에 필요한 능력 또는 덕목이 무엇인가는 알게 마련이다. 많은 논의들이 있지만 지도자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비전, 감각, 관계맺기, 표현력, 집행력, 인내 등을 꼽는다.

그런 가운데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갖춰야 할 능력으로 필수적인 것은 행정부(The Executive)를 맡아 잘 관리할 수 있느냐이다. 이른바 국정관리를 잘 해야 대통령으로서 일단 합격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 후보자들을 놓고 우열이나 선호를 가릴 때 그 후보자가 국정경험을 충분히 갖추고 있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국정경험’으로 으뜸은 행정부의 장을 맡아 경륜을 쌓는 것이다. 장관 출신 대통령이면 우선 합격이다. 물론 예외가 있다. 국무총리를 지냈으면 더 좋을 것이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의 장을 지냈으면 중앙의 경험만 못하더라도 반대의 입장에 서면서 지방정부의 역할을 존중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집행부의 경험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행정부의 모든 역할은 입법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므로 입법부, 즉 국회의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으면 이것 또한 국정경험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사법부에서의 경험도 물론 국정관리에서 소중한 이력이 아닐 수 없다. 국립대학총장은 어떨까? 국립대학총장도 하나의 조직에서 집행경험이 있는 리더로서 대정부 관계에서 꾸준히 경험을 쌓았을 터이니 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경륜이라고 하겠다.

요는 행정부와 넓은 의미의 정부, 즉 입법부와 사법부를 포함한 정부의 행정과 정책 메커니즘을 얼마나 잘 알고 국가와 사회를 책임지겠다는 것이냐이다. 흔히 대통령 후보자들은 공약을 많이 한다. 근사한 정책을 내세워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호언하는데 정책만 내세워 일이 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정책 하나로 문제가 쉽게 풀리는 것을 보았는가? 이에 필요한 인력과 재원은 물론 정책의 파급효과를 계산해야 한다. 훌륭한 정책이 입안되고 집행되기 위해서 필요한 부수적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다시 말해서 정부가 어떻게 돌아가고 관료들의 생리는 어떠한지, 관련되는 기관들, 이른바 국회와 언론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정책논리 중 상충되는 것은 어찌 처리해야 할지, 정책기간은 어떠한지 등에 관한 경험없이 대통령이 되면 물론 새로운 시각에서 일을 벌려 나가겠지만 시행착오를 피할 길이 없다.

만일 국정경험이 전혀 없는 이른바 교수나 변호사나 언론인이나 노동운동가나 시민단체의 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지도자로서 넓은 시야를 가지고 국정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또 운영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그 달라진 시각이 정부라는 메커니즘과 맞아 떨어져야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하면 국가의 자원은 낭비되고 국민은 시련만 겪는다.

국정경험이 플러스일 수도 있고 반대로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 관료출신 장관과 비관료출신 장관이 부처를 이끄는 패턴이 달라 찬반이 있듯이 대통령도 국정경험에서 비롯되는 편견이 있을 때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을 것이다. 요는 행정시스템을 이해하고 전체를 조감하면서 공공정책을 구체화시켜가는 과정과 절차가 어떤가를 알고 나라의 책임을 맡으라는 뜻이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초대 중앙인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