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숨’을 보고 사람 뽑자| 제6호 | 2007042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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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내 ‘공공지도자 되기’ 수업에 강사로 초빙된 연희거리패 연극인 김소희는 학생들에게 역할극을 지도하면서 몸을 강조했다. 하체를 많이 써야 하며 손과 팔 등의 몸놀림이 중요하다고 한다. 표현수단으로 말과 소리가 있지만 특히 몸놀림을 강조한 것이 옛적 박종홍 선생이 하셨던 말씀(몸으로 철학을 해야 한다)을 되살리게 한다. 김 배우는 생각과 느낌을 몸ㆍ소리ㆍ말 등으로 표현하려면 숨으로 여과되게 마련이란다. 숨, 즉 호흡은 공연예술뿐만 아니라 일반 조직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조율하는 기본 요소다. 호흡이 얼마나 잘 맞느냐는 그 조직의 성과와 직결된다.

요즘 기업은 입사시험에서 응모자를 철저하게 검증하려 한다. 여행도 하고 술도 마시고 춤도 춘다. 머리만 좋은 사람을 택하면 나중에 실망해 큰 낭패를 볼 수 있으니 가급적 많은 걸 관찰하려는 것이다. 숨을 맞춰보자는 것이다. 반면에 정부는 아직도 필기시험만 잘 치면 된다. 무자료 면접이며 집단토론 등을 보강하긴 했어도 짧은 순간에 성패가 갈린다. 그렇게 뽑으니 적격자가 뽑히지 않는다. 머리는 좋지만 조직 적응력이 부족한 경우가 있게 마련인데 그런 사람을 가려내기에 시험제도는 부족한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요즘 시끄러운 공무원 퇴출 바람도 결국 따지고 보면 사람을 잘못 뽑았던 연유일 수 있다.

주마다 다르긴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변호사 시험을 치르려면 몇 가지 서류를 내야 하는데, 먼저 개인 도덕성에 관한 기록 검토용으로 18세 이후 거주지를 밝혀야 하고, 교수ㆍ변호사 각 한 명과 친구 세 명 등 모두 5명의 추천서를 첨부해야 한다. 거기에 더해 일했던 직장과 그 밖의 경험을 모두 적어내야 한다. 학교 졸업 전이라도 시험 한 번 잘 쳐서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되는 우리나라와는 천양지차(天壤之差)인 것이다.

우리는 사람 뽑는 일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 정부에서 자문위원 한 사람을 뽑기 위해 사람을 골라 이력사항을 검토하다 마땅하지 않으면 “누구 없느냐”라며 너무 쉽게 위원을 결정한다.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쯤 되려면 선거 때 고생하지 않고서는 들어갈 수 없긴 하지만 애초부터 당사자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하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대통령 자문위원 한 사람을 뽑기 위해 6개월 동안 후보자의 논문을 모두 뒤져 그 사람의 성향과 주장을 검토한다.

내가 학교에 있을 때 잘못했던 것 중의 하나가 추천서 쓰기였다. 유학을 가겠다는 졸업생이 찾아오면 “바빠 죽겠는데 네가 써오라”며 초를 잡아오게 한다. 학생은 천편일률 자기 자랑을 늘어놓게 마련이다. “두뇌가 명석해 분석력과 종합력이 빼어나고 남을 돕고 타의 모범이 되고 리더십이 있고…” 등등의 내용을 빼놓지 않고 써온다. 그걸 고치는 둥 마는 둥 해서 내 추천서랍시고 보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미국 대학에서도 한국 교수가 그렇게 엉터리 추천서를 써 보낸다는 것을 거의 다 알고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이야기다.

한번은 정부의 고위직을 지내고 학교로 다시 돌아오는 교수를 위해 A4용지 두 장의 추천서를 쓴 적이 있다. 물론 그 추천서 때문에 학교에 돌아온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이 경우는 흔치 않은 추천서로 교수 임용이 된 사례다.

앞으로 한 기관에 진입하는 문고리를 여러 개 만들어 추천서 문고리를 비틀면 들어올 수 있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 그 추천서는 물론 응시자로 하여금 써오게 하는 그런 것이 아니고, 전화로 부탁하는 그런 행위도 아니고, 한동안 함께 일해 잘 아는 교수나 일했던 직장 상사가 솔직하게 그 사람됨(인성과 능력)을 소리ㆍ말ㆍ몸ㆍ숨까지 소상히 묘사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추천서를 작성하자는 것이다. 믿을 수 있는 교수로 하여금 추천서를 쓰게 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새로운 진입제도를 보강하는 것이 조직력을 한껏 키우고, 내신성적 믿을 수 없다는 사회의 벽을 넘어 신뢰를 쌓아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http://sunday.joins.com/article/view.asp?aid=160&cat_code=06&start_year=2007&start_month=03&end_year=2007&end_month=05&press_no=&page=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