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4.5.20일자  A2면>


"잘못 있지만 너무한 것 아닌가"
"中어선 단속 등 나름 역할… 한번에 잊힌 것 같아 섭섭"

    
19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해양경찰청 해체' 방침을 발표한 뒤 인천 송도에 있는 해경 본청은 마치 유령청사 같았다. 아무도 일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외부인의 출입은 통제됐고, 각 사무실 문은 대부분 굳게 닫혀 있었다. 건물 복도를 오가는 직원들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3~4명씩 건물 바깥에 나와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나누던 이전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직원들은 해경 해체 방침에 대해 "잘못은 있지만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 중견 간부는 "이번 사건으로 해경이 하도 욕을 많이 먹어 어느 정도 사건 수습이 되면 상당한 조직 개편이 있으리라는 생각은 했지만 해체까지 갈 줄은 몰랐다"며 "조직이 이리저리 찢어진다니 다들 어디로 가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감을 잡을 수 없어 멍하게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사고 후 목포와 팽목항에서 사고 수습 작업에 매달려 있다가 최근 본청으로 올라온 한 고위 간부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처음에는 해경을 많이 욕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뒷자리에서는 '수고한다. 고맙다'고 하는 분들이 꽤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도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더 열심히 하자고 다짐했는데 일이 이렇게 돼버렸네요."

억울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한 직원은 "사건 초기에 우리가 대응을 잘못한 점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그 뒤로 구조 활동에 최선을 다해왔는데 모든 책임을 해경에만 떠넘기는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해경이 국민에 대한 죄인이 돼버려 아무 말도 못하는 처지지만 그래도 그동안 해경이 나름대로 해 온 역할들이 한 번에 너무 쉽게 잊힌 것 같아 속상하다"는 말도 나왔다.

2011년 인천해경 이청호 경사가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가 중국인 선장이 휘두른 칼에 찔려 숨진 사건을 떠올리는 직원도 적잖았다. 당시엔 국민이 해경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해경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번 세월호 사건으로 모든 게 없던 일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일부 직원은 "같은 경찰이라지만 바다와 육지의 일이 다른데 둘을 갑자기 섞어 놓으면 어떨지 걱정된다"고 했다. "국가안전처를 만든다지만 결국은 이 부서 저 부서의 업무를 모은 또 하나의 기구가 생기는 것일 뿐이지 않으냐"는 얘기도 나온다. 한 간부는 "해경을 없애고 해상 업무는 누구에게 맡겨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인천=최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