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14 11:23:08 게재

한국정치는 희망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돈 선거·부정선거에서 벗어나도 대화와 소통이 없는 꽉 막힌 정치를 하고 있어서다. 대화가 없고 메아리가 없다면 정치가 아니다.

소통은 생각과 느낌을 고른 숨에 실어 언어와 비언어로 하는 거다. 정치인들은 예외 없이 거친 숨을 쉬며 상대 속을 뒤집는 말만 내뱉는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간에도 설득은 없고 평행선만 긋는다. 같은 당, 현임과 전임, 또 역대 대통령 다 똑같다. 국민 마음까지 닫아버리니 이들이 진정 국민대표인가. 대통령들은 임기를 끝내고 나면 만날 일이 없다. 국정 걱정하며 머리를 맞댄 적이 없다. 대수로는 18대, 자연인으로는 11명이 이 나라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생존인물로는 현임까지 5명이다. 국가원로자문회의는 유명무실하다. 새 대통령 취임식 때 아니면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국가원로자문회의 유명무실
대통령은 보통 인물은 아니다. 힘든 선거에서 이겨 역사적으로 훌륭하고 값진 경험을 했을 것이고 남기고 싶은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훌륭한 인물이어서 대통령이 됐다 해도 국민을 괴롭히고 실망시키는 일도 많이 한다. 또 기억하고 싶지 않는 추레한 모습으로 역사에 남아 자신의 값과 평가가 정반대인 경우도 흔하다.

미국은 대통령을 그만 두면 으레 기념도서관을 짓는다. 후버 대통령 이후 13번째 '대통령 도서관ㆍ박물관' 을 세우는 것이 관례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 클럽' 에서는 존슨 대통령이 의자에 앉아 길게 다리를 뻗고 옆에 앉은 아이크 얼굴에 입을 바짝 대고 귀엣말을 하는 사진이 당을 초월한 인상을 준다. 다른 나라에서는 생가며 흔적이 될 만한 장소를 꾸며 치적을 기린다.

역사 공부의 현장이 되는 미국의 대통령 기념관에는 재임 당시의 각종 역사적 기록이 보존된다. 사소한 문서까지도 모두 모아 놓는다. 심혈을 기울인 정책을 계속해서 검토하고 학술회의도 연다. 기념품 팔고 식당도 차린다. 클린턴 전 대통령 기념도서관에는 42대를 기념해 식당 이름을 42로 지어 맛 있는 요리를 싼 값에 제공한다. 사업 중에는 유치원생부터 고3까지 학생들이 와서 정치사의 현장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있다.

우리나라는 이승만 기념관과 사업회를 비롯해서 박정희 기념관과 사업회가 있다. 연세대학교에는 이승만연구원이 있다. 최규하 대통령은 최근 사저를 공개해 검박한 삶의 표상을 남긴다. 김영삼 기념 도서관은 상도동에 한창 건축 중이다. 노무현 사료관에는 6만 장의 사진과 4200건의 문서가 보존되어 있다. 대통령 기념도서관으로 짜임새를 갖춘 데가 현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이다. 주인공의 생애, 활동과 사상, 저작물 등이 소개되고 전시관과 사료관도 자료 성격 별로 여러 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연구와 국제협력을 하고 간행물도 꾸준히 나온다. 김대중 평화강좌는 교육 기능의 일환이다.

이런 유산들은 훌륭한 기록으로 찬탄해 마지 않지만 아쉬움이 없지 않다. 자기 중심적 치적과 자랑까지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역사적 교훈의 장이 되어 이 나라 치졸한 정치풍토가 치유될 길이 없는지 해서다.

새 시대 새 정치를 할 때가 지나고도 남았다. 기념 도서관도 좋지만 미국처럼 대통령 클럽을 만들어 역대 대통령들이 모여 환담도 하고 국정을 걱정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보고 싶다. 1953년 아이젠하워 대통령 취임식에서 만난 후버와 트루먼 전임 대통령은 정당이 다른 데도 제2차 세계대전 후 식량난에 허덕이는 유럽을 돕기 위해 합심했던 경험을 토대로 클럽을 만들자고 제의해 성사된다.

꽉막힌 정치풍토 바꾸는 통로로
클럽은 정책을 돕기도 하고 비판도 하는 장소로,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 서거에 특사로 가는 역대 대통령들이 모여 사전에 의논하는 장소로, 또 여러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개개인 리더십이 훌륭하고 빛나야 하겠지만 이들끼리 시대를 넘어 소통하는 모습이 꽉 막힌 이 나라 정치풍토를 바꾸는 길이다. 현임이 못하겠으면 기념 도서관이 중심이 되어 친목을 겸한 원로 역할을 제대로 해야 새 정치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