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아름답게 꾸밀 줄 알아야 진정한 리더”
훌륭한 리더는 자신을 알고, 의심하고, 즐길 줄 알아야
“다양성·융합성 없는 박근혜정부 인사 답답” 비판도

▲ 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이 경북 김천예술문화회관에서 열린 경북여성아카데미에서 강연하고 있다. 김 총장은 “틀에 박힌 엘리트 교육으로는 시대가 원하는 리더가 나오기 어렵다”며 다양성과 융합성을 갖춘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이 엘리트 교육의 틀에만 몰두하면 진정한 리더는 나올 수 없습니다.”

지난 10월 30일 경북 김천에 있는 김천예술문화회관에서 열린 경북여성아카데미에서 김광웅(72) 명지전문대 총장은 ‘엘리트 교육과 리더십’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리더’라는 단어에 특히 힘을 줬다. 150여 명의 경북 지역 여성들이 참석한 이날 강연에서 김 총장은 “좋은 대학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며 굴곡진 삶의 경험이 자양분이 된다”며 엘리트 특유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계에 따르면 역사 인물 400명 중 75%가 결손가정에서 자라고 과잉 소유욕, 독재적 부모 등으로부터 고통을 받았다고 합니다. 역경에서 고뇌하고 쓰라린 경험이 남과 세상을 이해하는 눈을 뜰 수 있지요. 나보다 남, 남보다 우리 모두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김 총장은 김대중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중앙인사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았고, 서울대 명예교수로 서울대 리더십센터의 산파역을 한 행정학자다. 특히 진정한 리더의 자격 요건을 담은 책 ‘서울대 리더십 강의’와 세계적 여성 리더들을 분석한 저서 ‘미즈 프레지던트’를 펴내는 등 끊임없이 한국 사회를 향해 진정한 리더의 의미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그는 강연에서 엘리트 교육의 맹점을 지적하며 “대학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일대 학생을 연구한 한 논문을 예로 들었다.

“일류대 학생일수록 다른 계층의 사람들과 소통할 줄 모르는 약점이 있다고 합니다. 논문은 학교에서 다인종과 다문화를 배우지만 집에 온 하수구 배관공과 단 한마디도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사례를 들었지요. 또 엘리트 교육을 받은 학생 대부분은 자신의 가치(self worth)를 잘못 알고 있어요. 성적표가 곧 자신의 가치인 양 착각합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학문은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고, 새로운 학문의 흐름에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틀린 이론이 너무 많고, 개념만 있을 뿐 실재를 알지 못하는 것들도 넘쳐나지요. 그래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 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이 경북 김천예술문화회관에서 열린 경북여성아카데미에서 강연하고 있다. 김 총장은 “틀에 박힌 엘리트 교육으로는 시대가 원하는 리더가 나오기 어렵다”며 다양성과 융합성을 갖춘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의 미래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양하다. 그중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일부 엘리트 대학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미래 대학 콜로키움’을 주도한 김 총장은 지금의 대학은 단연코 아니라고 말했다. 융합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대학이 그가 바라보는 미래 대학이다. 김 총장은 2011년 직접 서울대 학생들과 인문·사회·과학·음악 교수들과 함께 융합 뮤지컬 ‘대통령이 사라졌다’를 기획, 제작해 융합교육에 한 발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맥락에서 박근혜정부의 인선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 총장은 “박근혜정부 인사는 융합과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아 답답하다”며 “아직도 검사 출신을 비서실장, 총리에 앉히다니,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륜 깊은 행정학자인 그가 리더의 덕목으로 꼽는 것은 무엇일까. 김 총장은 “많은 리더들은 자신이 남들보다 ‘잘났다’고 착각한다”고 꼬집으며, 니체가 쓴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한 일화를 예로 들었다.

“니체는 ‘사람은 인간은 낙타가 돼야 하고, 그 다음엔 사자가 돼야 하고, 마지막으로 어린아이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낙타는 인내를, 사자는 자기 확신과 건전한 욕망을, 어린아이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합니다. 다양한 위치에서 자신을 보면서 현실의 나를 초월해 더 큰 나로 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지식이나 이론을 배운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새롭게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해만을 좇아 자신을 상실하는 세상에서 리더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부터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제대로 알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진정한 리더라는 말이다. 특히 공자의 말씀을 예로 들며 “사회를 아름답게 꾸밀 수 있어야 진정한 엘리트”라고 강조했다.

“시로 흥하고 예로 서며 즐거움으로 이룬다는 뜻의 ‘흥어시 입어예 성어락(興於詩 立於禮 成於樂)’이라는 공자의 말은 의미심장합니다. 음악을 사랑하고, 그림을 즐길 줄 아는 리더야말로 세상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진정한 리더입니다.”

김 총장은 강연 말미에 가곡 ‘10월의 어느 멋진 날’과 직접 가사를 쓴 노래 ‘한 사람’을 부르며 자신이 말한 “아름다움을 즐기라”는 말을 실천해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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