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김광웅의 문명국비전 " 틀 안에서, 틀 밖에서"     - 2013.12.10(화)

틀 속에서 밖으로 나와보자.
지구 밖 5차원에서 보자.
허구한 날 쌈박질만 하다가 허송세월하며
인간세계 유일한 재산인 시간을 날려 신기하다고 할 테니 그 오명을 벗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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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광막한 공간과 영겁의 시간 속에서 행성 하나와 찰나의 순간을 공유할 수 있을 뿐이다."
'코스모스' 에서 칼 세이건은 그래도 사랑하는 이와 극히 짧은 순간을 공유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한다. 지구에 갇혀 있는 인간끼리 공유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은 얼마나 될까.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틀 안에 예속된다. 출생신고와 더불어 주민번호를 받는 날부터 시작해 학교에서 직장에서 틀 속에 갇힌다.  운동경기며 선거며 모든 경쟁의 장이 틀 안이다. 그 안에서 규칙을 지켜야 한다.
학교에 가지 않거나 자영업을 해도 온갖 규정에 얽매어 산다. 나보다 나를 감싸고 있는 틀이 우선할 때가 많다. 나라는 존재는 없는 거나 다름 없는데도 자아고 자존이고 자유를 외친다.

  틀은 곧 법이고 제도다. 규정이고 규칙이다. 틀 속에서 질서가 유지되면 나는 보호를 받고 있으니 크게 불편할 것은 없다. 틀을 부정할 수 없는 근본적 이유다. 정해진 규칙만 잘 따르면 된다. 학교라는 제도 따라 공부하고 경쟁하고 성취하면 인생이 그리 무의미 하지는 않다.

  틀이 불편하다고 느낄 때는 내가 잘 못해 규칙 위반으로 더 큰 속박을 받거나 남이 어겨 내가 손해를 볼 때다. 이 땐 대개 내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엉뚱하게 규칙을 탓할 때가 많다. 틀은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 효능이 없지 않지만 단점 투성이다. 틀의 권력화가 우리를 늘 괴롭히기 때문이다. 틀 안의 관료주의 때문이다. 이들은 내 것만 챙기려 들고 책임을 전가하고 작은 규정 하나로 무한 권력을 누리는 속성을 지닌다.

우리를 괴롭히는 틀 안의 관료주의
  시혜 뒤에 도사린 냉혈한 같은 관료주의는 정의와 공평을 내세우지만 법과 규정만으로는 법 앞의 평등을 내세우는 범법자를 다스릴 길이 없다. 더욱이 기식하는 악령을 하나도 떨쳐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평생 이들의 노예일 수 밖에 없고 가슴을 옥죄는 심근경색으로 고통만 받는다. 
  
  오죽했으면 프란치스코 로마 교황까지 관료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했겠는가. 헌법적 가치를 들먹이고 시대 상황을 걱정하며 이념의 너울 쓰고 권력 투쟁하고 있는 틀 속의 인간들, 내가 지키려고 하는 규칙은 옳은 가. 내가 지향하는 공동체의 정의는 무채색 일까.
 
  정치 틀도 예외는 아니다. 각 당은 자신들 이해에 급급하다. 여야가 각각 자신들이 옳다고 주장하지만 그럴수록 갈등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는 채 돌아오는 것은 실망과 분노뿐이다. 선거 때 법을 어기고 기관의 임무를 거스르며 부정선거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끝은 무엇일까. 개선, 개혁?

  이제 겨우 여야가 몇 가지 합의해 경색정국이 풀린 듯 하지만 '대선불복' 발언으로 정국이 혼돈에 빠지는 등 엇박자는 늘 잠재돼 있다. 이견, 대치, 비방, 응징 등으로 물든 2013년 한해가 다 가고 있는 지금 문제만 산적한 채 서로 겨루다 종교한테 정치공간만 빼앗기고 말았다. 국민을 볼모로 자기만 옳다고 이분법에 젖어있는 동안 귀중한 시간만 낭비하고 말았다.

  인구 71억, 총생산 63조달러의 지구지만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세이건의 말대로 무한한 우주공간 한구석에 박혀있는 '파리한 하나의 파란 점' a pale blue dot 에 불과하다. 미미하기 그지없는 지구인데도 그 안의 복잡한 요소들로 불안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걸핏하면 언제부턴가 큼지막한 카드 들고 호소와 응징을 곁들이며 향하는 곳, 국가기관. 정의를 빙자해 권력에 집착하는 집단이 무엇을 해결할 수 있을까.

광활한 우주로부터 자신 관조해보기
  틀의 숭고한 정신은 어디론가 날아가고 세속화된 권력세계, 유해물질이 가득 차고 때로 독성까지 풍겨 생명과 명예를 짓밟는 관료주의를 지울 길은 없을까.
 
  길은 있다. 틀 속에서 밖으로 나와보자. 4차원 공간이 존재한다는 지구에서 벗어나 보자. 지구 밖 5차원에서 보자. 여기에 있는 생명체가 우리를 보면 뭐라고 할지를 생각해 보자. 허구한 날 쌈박질만 하다가 허송세월하며 인간세계 유일한 재산인 시간을 날려 신기하다고 할 테니 그 오명을 벗자.

  내가 예속한 집단과 규칙을 잠시 떠나 한 해를 보내며 도플갱어 doppelganger 되어 광활한 우주로부터 자신들을 관조해 보자. 작디작고 하찮은 집착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