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12 오후 1:37:54 게재

공직은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희생과 봉사로 똘똘 뭉쳐 있어야 한다. 지구가 멸망해 마지막으로 남는 집단을 공직자라고 말한다. 파괴된 잔해들을 말끔히 치우는 봉사를 하고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생명력이 어느 집단보다 끈질겨 마지막까지 버티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봉사집단의 속내를 보는 듯 하다. 그래도 둘 다 나쁘지 않은 속성이나 박근혜 대통령은 이들 때문에 속을 앓고 있다.

5개월 겨우 넘긴 새 정부의 뇌를 수술했으니 참모조직이자 관료조직이 고질을 앓았던 모양이다. 대통령은 공직사회개혁도 강도 높게 주문했다. 공직자들이 자신과 가족의 이익을 앞세우고 기업과 결탁해 부정과 비리에 연루되고 칸막이와 부처이기주의에 급급해 정부 일이 원활하지 않아 정부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제대로 봉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관료의 최대목표는 승진과 보직
관료주의란 정해진 법과 규정대로 일하는 주체로 원래 영혼이 없는 집단이라고 응용현상학자 랄프 험멜Ralph Hummel이 설파한 바 있다. 이들은 기계 같아서 민원인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사례로 본다고 한다. 관료는 체질 상 책임을 지지 않고 전가하기를 능사로 한다. 관료의 권한 중 특히 규제권과 감사권이 무소불위인데 자신들이 살기 위해 행사하는 것이 우선이다. 막스 베버가 오죽했으면 자신밖에 모르는 공직자더러 심정윤리만 지키는 것에 그치지 말고 책임윤리도 철저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하겠는가.

일부 관료들의 최대 목표는 정부의 신뢰 쌓기보다는 승진이고 그 다음 좋은 보직을 받는 일이다. 이들이 봉사하는 집단은 권력이나 돈을 가진 자들propertied class이고 반사적으로 가족의 이익을 지킨다. 보신의 귀재들은 자기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철저히 규정대로 해 많은 국민을 불편하게 만든다. 게다가 자기부처 지키기에 골몰한다. 업무가 겹치는 다른 부처를 어떻게 해서든지 능가해야 자기네가 산다. 부처끼리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은 논리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안보국방논리와 인권논리가 같이 갈 수 없다. 산업복지 논리가 같이 가지 않는다. 국민은 안중에 없는 채 정부 부처 간 극심한 경쟁이 국민을 위해 펴야 할 봉사력을 갉아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관료주의가 왜 이렇게 되었을 까. 관료들이 너무 똑똑해 그렇다면 아이러니일까. 정부관료는 유능한 집단이다. 똑똑하기로 말하면 교수더러 당신네들은 고시에 떨어져 학교로 가지 않았냐고 할 정도다. 개인의 능력까지는 출중하다 해도 끼리끼리 챙기는 집단주의 어리석음에 빠지는 게 문제다. 안타깝게도 광기를 지닌 인간들, 호모 데멘스homo demens가 어리석은 종교행위, 생태행위, 경제행위, 정치행정교육 행위 등에 얽히고 설키면 여러 선의의 구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것을 모른다. 시스템 자체가 집단 어리석음이 나타나도록 아둔하게 고안됐다는 데 원초적 문제가 도사린다. 정치인, 경제인, 행정인, 종교인 할 것 없이 똑똑한 개인들은 자신의 일을 하는 데 몰두할 뿐이다. 그들이 효율적이고 양심적으로 자신의 일을 수행하면 할수록 그 결과는 점점 더 끔찍해진다는 것이다. 시스템에 합리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이 비합리적이 되고 잘못된 것을 완벽하게 만들려는 사람이 완벽하게 잘못된 사람이 되는 것, 이것이 어리석은 시스템이 지닌 가장 어리석은 속성이다. 결국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무위로 돌아가는데, 그 이유는 단 한가지. 모두가 독선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는 줄 모르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자에게 권력을 주지 마라"는 것이 미하엘 슈미트-살로몬의 해석이다.

집단주의 버리고 집단지성 찾아야
자기 것만 챙기려는 전형적 관료문화와 몌별해 집단주의를 버리고 집단지성을 찾는 것만이 정부개혁의 지름길이다. 그 길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가 직면한 중대한 문제들은 그 문제를 발생시켰을 당시 그대로의 사고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우선 정부 지붕 위에 앉아 있는 독선 공직자부터 좀 걷어내라. 진아眞我와 큰 나self를 아는 공직자가 중심이 되어 관료집단의 지성의 불을 지펴야 대통령의 뜻이 살고 이 나라가 문명국의 반열에 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