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장관들이 ‘칸막이의 포로’ 되면 …

[중앙일보] 입력 2011.06.09 00:03 / 수정 2011.06.09 08:37
조민근
경제부문 기자
“부처 간 칸막이를 더욱 낮추고 주요 현안에 ‘하나의 팀’으로 대응해 가자.”

 8일 오전 정부 중앙청사에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말이다. ‘3기 경제팀’의 공식 데뷔전인 이날 행사에서도 그는 어김없이 ‘칸막이’ 얘기를 꺼냈다. 내정 직후부터 틈날 때마다 강조하는 부분이다. 그만큼 정부 내 칸막이가 높고, 팀워크를 무너뜨릴 위험 요인이 많다고 보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칸막이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최근엔 자유무역협정(FTA) 보완 대책을 놓고 농림수산식품부와 재정부에서 서로 딴소리가 나왔다. 서규용 신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예산 추가 투입도 검토한다”고 밝히고 나섰다. 하지만 예산을 쥐고 있는 재정부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물론 실무 부처와 보수적인 예산 당국 간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소통이 안 되니 불신이 쌓인다. 재정부 한 편에선 “농림부가 이번 기회에 ‘숙원 사업’들을 하려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정부 내에는 소통하라고 만들어 놓은 제도가 많다. 이날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가 대표적이다. 이 회의에는 장관들이 직접 참석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자기 부처 안건이 올라오지 않으면 차관을 대신 보내는 경우가 잦다. 이날은 서규용 장관과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이 다른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어렵게 모인 자리에서 그나마 현안을 놓고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는지도 의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무회의에 참석해서도 자기 부처 정책을 방어할 때만 목소리를 높이고 타 부처 업무에 대해선 입을 닫는 장관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장관들이 ‘칸막이의 포로’가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재정부와 복지부의 밀고 당기기 끝에 흐지부지된 일반 의약품 수퍼 판매 문제가 대표적이다. 본지가 최근 연재한 ‘나는 장관이다’ 시리즈에서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국무위원’으로서의 장관의 역할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부처 논리만 펴는 장관은 70점도 안 된다”면서 “부처는 살지 모르지만 전체 정부로 봐서 안 되겠다 싶으면 양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면 ‘포수’를 자처한 박재완 장관은 물론 ‘감독’ 격인 청와대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불완전한 개인들을 모아 완벽한 팀을 만드는 것, 그게 리더십이다.

조민근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