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게재 일자 : 2011년 10월 21일(金)
트렌드에 둔합니까? 존경 못 받습니까? 책 안 읽습니까? 당신은 리더 자격 없다
국내 최고 전문가가 쓴 ‘아름다운 리더’의 조건 요즘미투데이공감페이스북트위터구글
서울대 리더십 강의 / 김광웅 지음 / 21세기북스

리더는 누구나 될 수 있다. 너도 되고 나도 된다. 그러나 아무나 리더가 돼서는 안 된다. 리더 일은 매우 힘들고 잘못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다. 어쩌다 자리에 올라 리더가 되면 갑자기 생긴 자원을 어찌 처리할 줄 모른다.’

이 책의 머리말에 있는 말은 일견 평범하다. 그런데 한국 최고의 리더십 전문가로, 대학에서 20여년 지도자론을 강의한 원로 학자의 지론이라고 하면 그 무게감이 달라진다. 더욱이 서울시장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고,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새로 뽑는 선거도 잇달아 진행될 예정이니, ‘이 시대의 진정한 지도자는 누구인가’라는 고민 속에 나온 이야기를 경청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 리더십센터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저자는 같은 대학의 행정대학원장을 지냈고,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역임했다. 학계와 관료 조직의 수장을 지낸 그는 한 방송인으로부터 “스스로 리더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자신처럼 자아중심적 성향이 강한 사람은 리더가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기 때문이었다.

이 일화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저자는 단순히 높은 직책에 있거나 무리를 이끈다는 것만으로 리더의 조건을 충족했다고 보지 않는다. 평소에 공동체의 순항을 돕고, 위기 때 풍랑에서 구성원들을 구해낼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사람만이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리더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리더십의 기본 요건을 갖추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우선 그들은 높은 직책에 오른 후에 지적(知的) 삶을 게을리한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도통 책을 읽지 않기 때문에 지식의 바탕이 엷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아는 척을 하는 바람에 아랫사람들은 겉으론 웃어주지만 속으론 경멸을 한다. 다양하게 사고하거나 상상력을 동원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때와 장소를 가려 가며 언행하는 감각이 약하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에게 인격의 향기를 풍길 수 있는 품격이 부족하다.

이렇게 부족한 점을 뒤집으면 진정한 리더가 갖춰야 할 자세가 나온다. 저자는 그것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혼자 있어도 자신의 말과 행동에 부끄럽지 않은 리더가 돼야 한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동물이기는 하지만, 리더라면 바르고 공정한 기준을 근거로 자신의 이익보다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힘써야 한다.

둘째, 높은 자리의 옷을 벗더라도 존경받을 수 있는 ‘나력(裸力)’을 지녀야 한다. 그러려면 힘 있는 자리에 있을 때 안하무인의 세도를 휘두르지 않고, 자기가 가진 권력의 70% 정도만 쓰는 ‘비움의 미학’을 실천해야 한다.

셋째, 시대의 흐름에 민감해야 한다. 지금은 창조와 융합의 시대다. 이에 대한 준비 없이는 사람들이 원하는 리더가 될 수 없다. 마치 학자인양 새롭고 다양한 학문을 익히고, 시대와 문화의 조류에도 예민해야 한다.

넷째, 정책(일)으로 말할 줄 알아야 한다. 겉만 번지르르한 수사의 생명력은 오래가지 않는다. 공동체 혹은 조직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을 만들고, 그것을 제대로 실천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 처한 제반 위기의 상황을 인식하고 사람과 다른 생명체, 자연이 공존하는 세상에 기여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책은 리더십 요소 40여개를 통해 지도층의 리더십 자화상을 그려 보는 ‘한국공공리더십지수(KPLI)’를 선보인다. 이는 리더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파악하는 좋은 지표가 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곳곳에서 ‘정의롭고 아름다운 리더’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그에 대한 열망을 시사한다. 과연 한국의 리더라고 자처하는 이들, 특히 정치 지도자들이 이런 말에 얼마나 귀를 기울일까. 비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이 책에 담긴 소망에 대해 한번 고개를 끄덕거려 주면 되는 구호쯤으로 여길지 모르겠다. 하지만 선거라는 과정을 통해 리더를 뽑아야 하는 이들로서는 유용한 준거로 활용할 만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