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설런스 코리아]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리더십을 말한다 - 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INTERVIEW

2012/10/0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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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

국가 지도자는 국민에게
땀과 피도 요구할 줄 알아야

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서울대 명예교수)의 하루 일과는 아침에 일어나 자전거를 타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건강을 챙기는 이유는 저녁 술자리를 밝고 기분 좋게 즐기기 위해서란다. 천진한 아이 같은 미소와 유머, 위트로 시종일관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지만 김 총장은 사실 김대중 정부 시절, 국가 인사를 총괄하는 장관급 인사위원장을 지낼 정도로 촉이 날카로운 사람이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인재와 리더십에 대한 안목이 탁월한 그를 찾아갔다.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기준이다. 그는 장밋빛 공약을 하는 사람을 조심하라고 일갈했다. 국가지도자는 국민에게 땀과 피도 함께 요구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Interview 최 범
Editor 곽은영
Photographer 김석령








항상 즐겁게 생활하는 것 같습니다.
즐겁게 사는 건 아닌데 나이가 드니까 여유가 생깁니다. 천천히 해도 된다, 잘 안 되면 이럴 수도 있겠다, 그런 여유가 생기니까 편해요. 마음이 조급하면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서 살지 않나요. 옛날에는 그렇게 살았는데 지금은 일이 안 돼도 다른 길로 가면 되지, 목표를 달리 세우면 되지, 그런 여유로움이 생겼어요. 꼭 이게 아니어도 된다는 겁니다. 제가 쓰는 말이 있는데, ‘되면 좋고 안 되면 더 좋다’는 것이에요. 안 되면 편한 것 아닌가 하는 것이지요.

지금은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시지만 젊은 시절은 어땠나요?
젊은 시절에는 조급했어요. 1등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1등으로 졸업했습니다. 1등이 제일 좋은 것으로 알았고 거의 성취했죠. 그런데 그게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것이지요.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는데 다만 의미를 준다면,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았다라는 것 정도예요. 그것으로 내가 만족을 받는 것일 뿐, 성취를 했다는 건 별로 중요한 얘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젊은 사람이 여유만만하게 편한 생각만 가지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젊은 사람들 역시 여유를 가질 필요는 있어요. 눈 앞에 보이는 것만 쫓다 보면 큰 것을 잃기도 하고 맥락을 놓치거든요. 문제를 푼 것 같은데 실제로는 안 풀렸어요. 착각 속에서 사는 것이지요. 여유가 있으니까 넓게 보이고 천천히 하니까 더 잘 보여요. 장사익 씨가 쓴 글 중 ‘KTX를 타고 빨리 가면 창 밖 풍경을 제대로 볼 시간이 없는데 완행을 타고 가면 볼 거 다 보면서 결국엔 종착역에 도착한다’는 글이 있습니다. 학교 일들이 어려운 문제도 많고 쉽지 않은데 스스로 ‘지금 안 풀려도 괜찮지, 언젠가는 풀리겠지 뭐’ 이런 생각들을 해요. 조금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어요.

김대중 정부에서 인사위원장을 지내면서 인사의 맥을 잘 잡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을 망라해 인사의 최고 원칙은 무엇입니까?
적재적소(適材適所)죠. 아무리 개인의 능력이 출중해도 자리와 임무에 맞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능력보다는 성실이 우선이고 동시에 남과 더불어 일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인사가 지도자의 리더십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입니까?
인사권이야말로 리더십에 힘이 되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리더가 조직을 이끌려면 당근과 채찍으로 비유되는 소프트 파워와 하드 파워를 동시에 행사해야 하기에 인사는 힘이 될 수밖에 없지요. 나아가 인사를 잘해야 조직 전체가 살고 리더십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공직에 계셨는데, 리더가 가져야 하는 자세에 대한 견해가 있을 것 같습니다.
리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다른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데 ‘고독하라’는 이야기를 해요. ‘고독하라,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라’ 나가서 악수하고 같이 밥 먹고 그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내가 오늘 한 일 중 뭘 잘 했고, 뭘 못 했고, 부족했나’를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제게 5시 룰이라는 게 있는데, 5시부터 한 시간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고 하루 동안 보낸 일을 한 번 리뷰하는 것이에요. 사람들은 혼자 있는 시간을 잘 가지지 않아요. 원세훈 국정원장은 늘 점심을 혼자서 먹는데, 그것도 스스로 생각하고 정리하고 전략을 세우는 시간을 갖는 것이에요.
그러나 리더에게 더 중요한 것은 혼자서만 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것입니다.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실험을 했는데, 고등 수학문제를 혼자서 풀 때는 한 문제도 풀지 못했는데 8명이 함께 푸니 6문제를 풀었다고 해요. 힘을 모으면 문제를 풀기가 쉬운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쓰는 용어 중 울력(雲力)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울력이란, 아침에 모여 앉아서 참선하는 것을 말하는데, ‘모은 힘’이라는 뜻이에요. 힘을 모은 것이 큰 것이지 개인이 잘난 것은 아무 소용 없습니다.

그렇다면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초연과 용기입니다. 그리고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잘못을 했는데도 계속 고집을 피우면 안 됩니다. 오류에 대한 고집이라고 하지요. 그것은 시스템을 망치는 길입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간다는 뜻이기도 한데, 이 대통령의 리더십을 평가한다면요.
열심히 일은 했는데 결과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합니다. 이유는 나라 안의 평이 긍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8월 셋째 주 정례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가 26%를 기록했습니다. 보통 때는 18, 19%였다가 독도 방문으로 그나마 올랐는데, 이 정도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는 낮은 편에 속하는 것입니다. 이 대통령의 리더십에서 가장 큰 약점은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어요. 그리고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 이른바 인지문명 패러다임(물질과 에너지의 생산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연, 생명, 시간 그리고 남에 대한 인정과 존중 등 공존의 패러다임)에 약하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제도와 정책에 대한 맹신인데 시스템에 오류가 있어도 인정하지 않아 미하엘 슈미트-살로몬이 말한 대로 ‘집단 어리석음’에 빠져 있는데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겁니다. 깊은 철학도 없어 보여 큰 단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논란이 최근 들어 재연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역대 대통령을 평가하면 1등은 박정희, 2등은 김대중으로 나옵니다. 인권을 탄압하고 유신독재를 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지만, 나라의 오늘이 있도록 기초를 닦은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문제는 시대 상황에 따라 그런 리더십이 필요했느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이에요. 오늘에 와서 옳다 그르다라는 역사적 평가를 할 수는 있겠지만, 시대 상황과 논리를 부인하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리더십을 평가한다면요.
박근혜 후보는 차분하고 믿음직스럽지요. 영국의 대처 같은 강단이 있어 지난한 국정을 원칙대로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기대해 볼만합니다.
문재인 후보는 진중한 인상을 주지만, 부분적이지만 실패한 노무현정부에 책임이 있는 입장이어서 정당성에서 흠이 없지 않습니다. 또 본인의 철학이며 남을 설득하는 리더십이 어떤지 확연히 드러나지 않았지요.
안철수 후보는 아직도 구름 잡는 인상을 지우지 못하는데,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서 말하는 1만 시간의 법칙에 따른다면 안 후보도 정당 생활을 충분히 하고 정계에 등단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정치가 메시아에 의해 크게 개혁될 것이라고 보지 않거든요.
21세기 한국 대통령은 세계 무대에서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고, 또 그래야 나라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권주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차기 대통령의 자격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2013~2018년의 기간 동안 세계가 어떻게 바뀌고, 한국인의 욕구는 무엇이고, 또 이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청사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정부 혼자 힘으로는 어려우니 같이 하자고 국민에게 짐을 맡기는 당당한 후보가 없어 보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패러다임과 제도적 시스템으로는 아무 문제도 풀지 못하고 세월만 보낼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근사한 공약을 해도 그건 허언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대선 후보들은 지금보다 더 솔직하고 정직해야 합니다. 자신의 약점부터 말하고 어떻게 메우겠다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인사위원회의 위원장도 지냈고 그 동안 거쳐온 길들을 봤을 때, 인맥이 굉장히 넓을 것 같은데요.
사람들이 그런 줄 알아요. 그런데 저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관리해본 적이 없어요. 내가 도움을 줬다고 그 사람이 내 사람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도움을 줬다면 그 도움을 나에게 갚지 말고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답하라는 것이 제 지론이에요. 예전에 한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이 ‘스스로 리더라고 생각하는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전 아니라고 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자기애가 강하기 때문이지요. 자기애가 강한 사람은 리더가 못 돼요. 리더는 남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데 자기애가 강한 사람은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리더가 되면 큰일납니다.

그렇다면 현재 대권주자들이 다들 자기애가 너무 강한 게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렇죠. 그리고 그걸 당연한 걸로 생각합니다. 오류에 대한 집착인 것이지요. 사람은 모두 부족하고 어리석어요. 다들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것입니다. 장관, 도지사, 비서실장을 거치는 것이 대통령이 되는 필요조건을 충족하는 지는 몰라도 절대로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남들은 좋은 자리를 거치면 경력이 대단한 것으로 아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좋은 자리는 많이 차지할 수 있어요. 그 사람이 얼마나 희생하고 봉사했느냐가 중요한 것이에요.
저는 예전부터 강의에서 우뇌가 발달하지 않으면 리더가 될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좌뇌는 논리와 언어를 주재하고 우뇌는 지혜를 담당하지요. 조상의 지혜를 물려받고, 맥락을 파악하고, 이성이 아니라 감성과 연결되는데, 리더는 센스가 모자라면 안 됩니다. 센스가 지식보다 중요하지요. 우리나라에는 센스가 풍부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데, 리더는 유머러스하고 상대방을 편하게 해줘야 합니다. 결국 여유 다 유머에서 나오는 겁니다.

국가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정직, 신뢰, 용기와 초연 등 덕목으로 꼽히는 것이 많은데, 저는 단연코 21세기를 제대로 보고 적응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융합사고와 창조리더십을 꼽고 싶습니다.

시대에 따라 리더십의 내용도 변화하는데요, 정보통신기술혁명 시대의 리더십은 어때야 할까요?
21세기 리더십을 팀 리더십, 공유한 리더십(shared leadership), 파트너십 등으로 표현하는데, 동시에 ‘디지털 리더십’이란 표현도 씁니다. 그러나 그건 표현이자 용어일 뿐이고, 디지털 리더십의 콘텐츠는 비동시성(asynchronous)으로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소통을 쉽고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뜻합니다.
또한 21세기 리더십은 무대 위와 아래, 그리고 무대 앞과 뒤를 구분하지 않는 것입니다. 즉, 객석의 누군가가 리더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그만큼 위대한 지도자들은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익숙하고 내가 어떤 역할인지 역할인식(role perception)과 역할수행(role performance)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들 리더는 따로 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종속변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란 항상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풀리는 것 같다가 다시 반복되지요. 그 문제는 대통령이 풀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제가 주장하는 것 중의 하나가 ‘정부는 반밖에 못한다, 국민이 같이 힘을 보태자’는 것입니다. 케네디와 오바마도 그러지 않았습니까? ‘국민 여러분, 미합중국에 투자를 좀 하십시오.’ 받을 생각만 하지 말고 국민도 투자라는 걸 해야 합니다.

경제 민주화 논의와 관련, 이른바 재벌 총수들의 경영 스타일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재벌도 ‘개과천선(改過遷善)’ 해야 합니다. 정부의 도움으로 큰 대기업들의 눈이 국민이 아닌 권력자에게만 향해 있고 재벌 2세, 3세에게서도 희망을 읽기 힘듭니다. 자본주의 국가인 것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기업은 나라의 짐을 함께 질 생각을 해야 합니다.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리더십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로버트 케네디가 1968년 대선 때 한 연설, 데이비드 카메론 영국 총리가 인용한 연설, 최근 문정희 시인이 쓴 글에서 명백히 나타나듯이, 물질과 지배의 리비도에서 탈피해 세상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인지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꾸밀 노력을 해야 합니다. 공존의 지혜 역시 짜내야 하는데, 시의 아름다움, 교육의 지혜, 공공책임, 상부상조의 여유 등 비물신적인 것에 눈을 돌리고 ‘빠르고 높고 크게’와 같은 생각에 비움의 미학을 겹쳐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인도의 재벌은 처음부터 가난한 빈자를 위한 병원을 짓지요. 그건 큰 병원을 지어 돈을 번 후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생각과는 크게 다릅니다.

국내에서 가장 탁월한 리더십을 보이고 있는 CEO를 꼽는다면요.
안철수만큼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남양알로에의 이병훈, 태평양의 서경배 대표 등에게 희망을 걸고 싶습니다.

우리도 이제 어릴 때부터 리더십 교육이 필요한 것 같은데요, 국가 미래인 어린이들이 올바른 리더십 교육을 받는다면 그만큼 미래가 밝고 투명하지 않겠습니까?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리더십 교육을 받지 않고 시간이 지나 중요 직책을 맡고 난 후 자신이 리더인 양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인을 어떻게 설득시켜야 하는지, 더불어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익히지 못했어요. 한마디로 나는 누구이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내 가치(self worth)는 얼마쯤 되고, 무슨 역할이 제일 맞는지 등을 가릴 줄 아는 교육이 필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이 리더십 스쿨’이나 ‘중고등학생 리더십 스쿨’을 한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현재 서울대학교 리더십센터에서 한가람과 현대, 두 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리더십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리더 훈련은 어릴수록 좋아요. 보이스카웃, 걸스카웃 같은 활동, 적십자 봉사, 마더 테레사 봉사 활동 등이 기초가 되고, 예술성, 과학성 등 미학과 미래에 대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저는 "리더십은 봉사이고 권력은 아름답다"라는 주제로 학생과 어린이들도 가르치고 싶습니다. 권력을 아름답게 쓴 지도자로는 체코의 하벨 대통령이나 남아공의 만델라 대통령 등 몇 사람 밖에 없는 것 같네요.

리더십센터의 강연을 듣는 학생들이 많을 텐데, 지금 자라나는 학생들의 리더십에 대한 인식은 어떤 편인가요?
아직 리더십에 대한 개념은 잘 모르고 성취욕구만 있는 상태입니다. 사람은 태어나 백지장에서 채워지기 시작하지요. 자라면서 영향을 받는데 영향을 주는 내용이라는 것이 기성세대가 오랫동안 찌든 진부하고 새로울 것이 없는 문제덩어리예요. 그것을 아이에게 주입시키기 시작하는데 그때부터 아이의 눈빛이 흐려집니다.
그러면 어른이 돼 나쁜 사람이 될 소지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를 풀지 못한 상태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5년 후 대선에서 사람들이 또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나오지 않을까요? 문제를 계속 안고 가는 상황에서는 각자의 판단 기준에 따라 ‘누가 나오는지’가 정해집니다. 제 판단 기준은 글로벌 세계에 설 수 있는 수준을 갖춘 리더이자 남의 비판을 수용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칼 포퍼의 말대로 ‘모든 걸 입증해 보여주는 것이 맞는 게 아니라 반증될 수 있어야 그것이 진리다’는 것이지요. 반증되는 것도 옳은데 사람들이 반증을 못 참는 겁니다. 사람은 굉장히 나약하고 비이성적이고 편견덩어리예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고 강변을 합니다. 두려워서 그러는 거예요. 출세도 모두 허욕인데 그러면 두려움이 사그라지는 줄 알아요. 약한 걸 숨기려고 하는 게 가장 나쁜 것입니다. 그때그때 내 능력이나 성취에 따라 약할 때도 있고 강할 때도 있는 것이지요. 리더가 항상 자신을 과신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이 입게 됩니다.

독도를 둘러싼 분쟁에 대한 한국 지도자들과 일본 지도자들의 태도에 대해 평가한다면요.
독도 문제만 아니라 일본 지도자들의 전범에 대한 인식이 저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의아할 따름입니다. 지나친 국수주의인 것이지요. 한국 지도자들은 좀 더 외교적이면서도 의표를 찌를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가 미래를 위한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첫째는 정부의 크고 작음이라는 규모의 문제보다 정부가 시민사회에 어느 정도 간섭하고 어느 정도 도와야 하는지 정부의 존재가치와 이유를 새삼 밝히고, 둘째는 크고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입자 간의 관계에 관한 방정식이 아직 없다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셋째는 제도와 정책, 그리고 법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간의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하고, 넷째는 무엇보다도 21세기 패러다임 따라 시스템의 어리석음을 확대 재생산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나라는 ‘여유 있고 반듯한’ 소강국가(小康國家)가 훨씬 더 바람직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