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출신 30%만 요직에 나머진 정권 구분 없이 발탁”

전 중앙인사위원장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전수진 기자 | 제302호 | 20121222 입력
김광웅(71·사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역대 정부가 조직을 개편할 때마다 관여했다.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에선 각각 대통령자문 행정개혁위원회 위원, 행정쇄신위원회 위원이었다. 김대중 정부 땐 정부조직개편 실행위원장을 지낸 뒤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장관급)을 맡았다. 20일 그에게 차기 정부 조직개편과 바람직한 인사의 방향을 물었다.

-탕평 인사는 어떻게 해야 가능한가.
“역설적이지만 탕평 프레임에 갇혀선 안 된다. ‘탕평을 위해 특정 지역 인사만 집중해 등용한다’는 식의 인위적 인사가 또 다른 분열을 부르기 때문이다. 사람 몇 명 쓴다고 대통합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 대통합이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과제다. 앙리 4세가 16세기 신·구교 통합을 이뤘다고 하지만 3000여 명의 신교도 학살이란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인도의 간디도 힌두교·이슬람교 통합에 실패해 나라가 인도·파키스탄으로 갈라졌다. 통합은 어렵고 정치적 수사에 그칠 위험이 높다. 작위적 형식보다 효율성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론 어떤 방법이 있나.
“캠프에서 일했던 인사의 30% 정도만 정부 요직에 등용해야 한다. 나머지는 이전 정부에서 일했던 검증된 인재를 정권 구분 없이 중용하거나 현 부처 관료 중에서 발탁하는 방법을 권한다. 미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인사 담당은 그대로 가는 경우가 많다. 굳이 새 형식을 갖추려면 아예 문재인 전 후보 측에 추천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탕평 인사를 위한) 별도 시스템을 만드는 연역적 접근이 아니라 실제 사례를 놓고 행동으로 보이는 귀납적 접근이 효율적이다.”

-인수위는 어떻게 꾸려져야 할까.
“소규모로 가야 한다. 정부 조직개편 때도 인수위가 주동이 되면 안 되고, 각 부처에 개혁안을 내놓으라고 해야 한다. 하향식(top down)이 아닌 상향식(bottom up) 접근을 해야 한다. 인수위는 지난 정부의 공과를 따지는 점령군이 아니다. 지난 정부가 어떻게 무엇을 해왔는지를 보고 5년의 경험을 배우는 조직이다.”

-위원회를 만들어 매년 인사균형지표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어떻게 보나.
“산술적 균등과 비례적 균등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 존 롤스가 정의론에서 얘기했듯 기본적으로 반드시 수혜를 받아야 하는 대상자를 제외하곤 기회가 결국 능력에 상응해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기회 균등이란 정치적 수사는 산술적 균등만을 고려한 게 아닌가 싶어 우려된다. 또 위원회 설치가 능사는 아니다. 개인적 경험으론 위원회란 게 탁상공론만 벌이다 관료들이 미리 내놓은 결론만 통과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공약에도 선거용 공약과 국정용 공약이 있음을 과감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인수위 때부터 선거용 공약 중에서 실행이 어려운 것은 솔직하게 ‘못 하겠다’고 털어놓을 필요가 있다. 박정희 대통령도 다양한 인사의 고견이 필요할 때 서정주 시인 등 각계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물었다.”

-바람직한 정부 조직개편 방안은.
“역대 정부에서 조직개편에 관여했다. 지금 가장 반성하는 것은 정부 부처를 통폐합했던 거다. 작은 정부를 만들기 위해 부처를 합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통합된 부처의 규모가 커지니 관료주의가 더 기승을 부리더라. 결국 정부 부처끼리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현 정부에서 행정안전부에 통합된 중앙인사위원회를 부활시키는 것도 정부 부처를 견제할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인사 철학은.
“전문성에 집착하면 안 된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 농림부 인사에 농민을 중용했다가 20여 일 만에 그만둔 일도 있다. 관료를 잘 다루려면 제너럴리스트로서 조직과 더불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게 중요하다. 관료사회를 잘 다뤄야 성공한 대통령이 된다. 관료를 잘 중용하면서 대통령은 큰 그림을 봐야 한다. 미국 정치학자 아론 윌다브스키가 경고했듯이 관료사회를 장악하지 못하면 관료주의에 ‘포위된’ 대통령으로 남을 위험이 크다.”

-새 청와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지금처럼 각 부처를 담당하는 식의 조직이어선 곤란하다. 경제수석, 외교안보수석 등을 따로 둘 게 아니라 수평적 클러스터로 융합하는 개편을 하면 어떨까. 경제와 안보를 하나의 클러스터로 묶는 식으로 중범위(middle range) 융합을 추구하는 거다. 지금은 기능별로 쪼개놓아 정부 부처가 청와대의 눈치를 보게 돼 있고 자기들끼리 관료주의로 뭉치게 되는 시스템이다. 융합 클러스터식으로 청와대를 바꾸면 정부 부처 관료들과 불필요한 알력도 사라지고 효율성도 배가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