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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에 담은 관료세계의 '속살'

#1 김광웅 前인사위원장의 '관료의 틀 속에 갇혀 지낸 3년'

김경은 기자 eun@chosun.com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초대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이었다. 그는 1999년 5월24일부터 2002년 5월23일까지 3년 동안 위원장직을 역임하면서 일요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일기를 남겼다. 아침 일찍 출근해 약 10분 동안 전날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쓴 글에 연설문과 편지, 기고문을 첨부한 것이 '관료의 틀 속에 갇혀 지낸 3년'이다.

내용은 매우 솔직하다. "(임명장도 받기 전) 행정자치부 인사국장과 과장이 좁은 연구실에 들이닥쳤다. 관리들은 으레 그렇게 하는 것이다. 뉴스를 듣고 자기네 짱이 누가 될지를 알아 일건 자료와 계획서를 준비해 오는 것이다." 장관들을 예방했을 때 씁쓸했던 느낌을 적은 대목도 있다. "(그는) 마침 어느 부처의 장이 회의 중이라 문을 열고 잠시 나와 인사를 했다. 문전 박대 당하는 기분이어서 괜히 인사를 갔었다고 후회했다…."

정부관료제에 대한 행정학자로서의 시각도 곳곳에 담았다. "공무원의 가장 큰 약점은 아마도 색감이 없는 것일 게다. 자신들이 즐겨(?) 입는 감색밖에 모른다." "각 부처는 위원회의 역할에 적대감을 가질 때가 있다. 정부 내의 야당 역할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행자부의 눈길이 심상치가 않다." 대통령 비서실의 간섭도 불편했다고 적었다. 장관급이 해외출장을 가려면 그 기간은 최대 열흘인데 환승을 감안해 11일을 신청한 당시 김 위원장에게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화를 걸어 "하루를 줄이라"고 했다는 것.

"정부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주로 인식의 세계에 머물기 때문에 현상을 측정해 정량분석을 하면 마치 과학적 연구를 한 듯 착각한다." 김 교수는 "정부의 관료세계를 교과서로는 생생하게 알 길이 없으니 일기로라도 남겨 사람들이 그 정체와 본질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썼다. 200자 원고지 3695매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