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학자가 경험한 관료사회의 현장

기사입력 2009-05-12 07:10
광고
김광웅 전 중앙인사위원장 '통의동 일기'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999년부터 2002년까지 3년간 초대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가 위원장 재직 시절 있었던 일들을 기록한 책 '통의동 일기'(생각의나무 펴냄)가 출간됐다.

중앙인사위가 세들어 있던 통의동 건물에서 이름을 따온 일기는 처음부터 출간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다. 김 교수는 "행정학을 가르치긴 했지만, 교과서를 통해서만 아는 것이고 실제로는 정부를 잘 몰랐다"며 "위원장으로 부임한 뒤 임기가 3년이라는 것을 알고 그 긴 세월을 어떻게 보내나 고심하다 부임 뒤 일주일이 지난 뒤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침 일찍 출근해 업무를 시작하기 전 10~15분간 전날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데스크톱에 하루하루 써내려간 일기는 어느덧 원고지 7천장 분량에 이르렀다. 그 중 지나치게 사적인 내용과 인사 심사 내용 등 미묘한 내용이 담긴 부분들을 제외하는 등 3분의 1 정도로 분량을 줄여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낸 것이 '통의동 일기'다.

책에는 행정학자가 직접 체험했던 관료세계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그 사람 괜찮다더라', '그 사람 신경 좀 써다오'라는 표현으로 이뤄지는 인사 청탁의 풍경부터 정부 인사들과의 갈등, 업무 추진 과정에서 느꼈던 관료 사회의 높은 벽, 언론과의 애증 관계에 이르기까지 행정학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실제 정부와 관료사회의 내부 모습이 마치 눈으로 보는 듯 세밀하게 그려진다.

민감한 내용은 익명처리했다고는 하지만 책에는 국민의 정부 주요 인사들의 이름과 국회의원들, 기자들 등 위원장 재직 시절 업무와 관련돼 만났던 사람들의 실명들이 비판적인 내용과 함께 등장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잘못 말한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내 이야기가 틀리지 않으니 굳이 숨길 이유가 없었다"며 "역사라는 것이 몇십 년 후 기록을 들춰보면 가치가 있는데 그 기록에 실명을 남기지 않으면 기록한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프롤로그를 통해 "이제 지난 세월을 차분한 마음으로 되새기며 이런 우리의 노력이 언젠가는 '좋은 정부', '바람직한 정부'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확신과 희망을 안는다"며 "틈틈이 남겼던 기록이 앞으로 더 나은 개혁을 위한 바탕 자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책 출간을 기념해 15일 스승의 날에 특별한 행사를 계획 중이다. 김 교수는 유훈 서울대 명예교수와 조석준 교수, 하와이 대학에서 자신의 박사학위를 지도했던 마이클 하스 교수 등 스승과 중앙인사위 시절을 함께한 동료들, 제자들을 초대해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한편 책에 수록돼 있는 자신의 시 '한 사랑'에 서울대 음대 최우정 교수가 곡을 붙인 노래를 직접 부를 예정이다.

524쪽. 2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