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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 발행인’으로 정착위한 몸부림할 것”  
김광웅 시사IN 대표·발행인 인터뷰



김광웅(68) 서울대명예교수가 18일 공식적으로 시사IN의 새 발행인 겸 대표가 됐다. 지난해 2월 정년퇴임식에서 그는 ‘그대 영원하니’라는 시를 서울대에 헌사했다. “작은 불씨 지펴 / 모락모락 연기 일더니 / 꺼질 듯 꺼질 듯 한때 / 그러다 말다 다시 타 / 큰 불꽃 활활 타오르는 / 진리의 빛”.

그에게는 시사IN도 ‘꺼질 듯하다 다시 활활 타오는 불빛’같은 존재 아니었을까. 17일 독립문 시사IN 발행인실에서 그를 만났다.


- 시사IN 대표를 맡게 되셨는데 생소하지는 않은지요.

언론인들과 접촉이 많아 언론이 생소하진 않아요. 생소한 것은 대표이사지요. 매일 재무보고를 받는데 그것도 좀 생소합디다. 책임을 져야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누리는 것도 있겠지만, 남에게 보이지 않는 고통이 상당히 크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 것을 생각하면 생소한곳에 온 것은 맞아요. 그래서 사내 이메일을 보낼 때, ‘수습 발행인’이라고 씁니다. 이번에 새로 뽑힌 수습기자 3명과 입사 동기예요. (웃음)


- 대표·발행인을 맡게 된 계기가 있나요.

시사저널 초대 자문위원을 했는데 그때 인연이 됐습니다. 역사를 같이 했어요. 그동안에 글도 쓰고 기획도 같이했죠. 1992년 6월에 박권상 당시 발행인, 정치부 서명숙기자, 조두영 정신과의사 같은 분들과 함께 대선 패널 초청 토론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함께 일하던 기자들이 거리로 내몰렸다고 해요. 가만히 있을 수가 있나요. 그런 인연으로 생각지도 않는 일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정년퇴임 2년 전에 대학총장직을 제의 받았습니다. 그런데 전 모르는 사람하고는 일 못해요. 마음은커녕 말이 통해야 일을 하지 않겠어요? 이곳은 그렇지 않습니다. 정년퇴임하고 나서 강의도 하고 책도 썼지만, 안 해보던 일 하고 싶기도 했어요.


- 대표로서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신생 언론사잖아요. 재정상태가 얼마나 좋겠어요? 발행인이 뛰어다녀야 하는데, 아직 경험이 없다보니 어디다 광고 달라는 말을 못하겠어요. 기업 쪽에서 활동한 사람도 아니고 친구 중에 사업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시사IN이 대표를 잘못 뽑은 것 같아요.(웃음) 금년 1년은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했습니다. 바깥에서는 시사IN이 3개월을 못 넘길 거라는 말이 나왔다고 해요. 그런데 3개월 넘기고 나니 또 6개월 못 간다는 얘기가 나와요. 그래서 1년만 넘기자고 했습니다. 그것만 넘기면 궤도에 오른다, 금년은 정착을 위한 몸부림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후를 준비해야 되겠죠.


- 시사인의 성장 동력이 될 미래 비전이 궁금합니다.

시사IN은 떳떳하고 독립적인 드문 언론입니다. 대주주도 없습니다. 시사주간지로서의 정통성 유지는 말할 필요 없이 당연한 부분이죠. 다만 언젠가 올 위기를 대비하는 것이 제 임무이고 숙제입니다. 인쇄매체의 한계는 너무나 명백해요. 재정상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융합미디어로 발돋움해야 합니다. 지식정보사회는 이미 끝났다고 봐요. 그 이후에 도래할 창조사회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대표로서 수익사업도 해야겠죠. 그 일환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해요. 시사IN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들에게 독특한 정보나 지식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 BBK 수사 담당 검사들로부터 6억 소송을 당했습니다.

시사IN은 1천억 원짜리 소송을 당한 적도 있습니다. 다른 일간지처럼 자문변호인단은 없지만 앞으로 몇 년간 무료로 자문을 해주겠다는 법무법인이 있어요. 민변쪽 사람들도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우리가 잘못한 것이 없으니까요. 소송이 걸리는 걸 보면서 우리가 이제 들판에 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우산도 가져다주고 텐트도 가져다주니 얼마나 고맙습니까. 어렵게 시작했으니 잘해야죠. 절대로 잘못돼서는 안됩니다.


- 요즘 언론들을 어떻게 보십니까.

어디든 마찬가지지만 공무원들에게 정확·정직·정당을 강조했어요. 이 세 가지는 어느 삶에서나 타당한 삶의 지표지요. 특히 기자들이 이 가치들을 저버려서는 안됩니다. 시사인은 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주간지라고 해요. 기자들이라면 떳떳해야 합니다. 적당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전 책을 냈는데 제목이 잘못 나왔어요. 공자 예기 9장에 나오는 소강(小康)이라는 말이 있는데 힘 강(强)자가 아니고 편안할 강(康)자예요. 덩샤오핑도 그 말을 인용했고 후진타오도 당장을 바꾸며 그런 표현을 썼지요. 책을 써준 것은 고마운 일이죠. 그런데 한편으론 신문이 정확하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 인수위의 부처 개편 때문에 떠들썩합니다. 전문가로서 어떻게 보십니까.

이명박 당선자는 70년대 산업경제 드라이브를 겪은 사람입니다. 이번 부처 개편 내용을 보니 말은 지식경제부라고 했지만 내용은 산업이더군요. 기획재정부라는 거대 부처도 있어요. 작은 정부로 간다고 하면서 어떻게 기획이라는 말을 쓰는 걸까요. 이명박 당선자는 작은 정부를 약속하면서도 경제성장은 7%를 잡고 있죠. 그런데 7%는 후진국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가능하더라도 정부 드라이브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작은 정부를 약속해 놓고 정부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인가요? 작은 정부라고 하는데 겉으로만 작습니다. 정부 산하기관 쥐어짜고 공무원들 못살게 구는 공공기관 운용법을 고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 대학에서도 ‘쓴 소리’로 통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정신의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학교 교육의 영향 때문일 것 같습니다. 제 배경만 보면 보수죠. 하지만 언제나 가치판단을 할 때 약자와 옳은 사람들의 편에 서려고 노력해요. 쉽게 가려고 하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말하지만, 예를 들어 삼성이 잘못했다면 마땅히 비판하고 바로잡아야 옳다고 봅니다. 배제학당을 다녔는데 6년 내내 그곳에서 기독교 정신을 배웠어요. 기독교 정신은 옳지 않은 것을 인정하지 않아요.


- 평생의 금언이 있다면 뭔가요.

배제 학당의 교훈이 ‘욕위대자(欲爲大者) 당위인역(當爲人役)’입니다.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는 말인데, 전 크게 되고픈 생각은 없어요. 다만 남한테 먼저 봉사하자, 그게 제 신조예요. “훌륭한 1인자 밑에는 반드시 유능한 2인자가 있다”는 말도 좋아합니다. 빌 게이츠와 스피브 발모가 그 경우겠죠. 예를 들어 대통령의 2인자는 매일 악역만 하잖아요. 그것은 건전한 관계가 아니죠. 1인자의 리더십은 훌륭한 리더십이 아닙니다. 파트너십이 더 중요하죠. 저는 2인자, 3인자가 돼도 좋아요. 그 사람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약속은 이행되어야 한다”는 성경 말씀도 새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적이 없다고 자부해요. 한번 약속하면 반드시 지켰습니다. 그런데 약속을 파기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세상이 그러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런데 요새 하도 말을 많이 하니까, 그 말이 돌아와요. 제가 한말이 돌아오니, 저도 꼼짝을 못할 때가 있어요. (웃음)


- 시사인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합니다.

이번에 서울시에서 발행인 허가가 나서 발행인의 편지라는 것을 썼습니다. 거기서도 얘기했지만 사람과 사람과의 믿음이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말을 안 해도 믿고, 행동하나만 봐도 믿을 수 있는 시사IN이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