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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언젠가 시내 최고급 호텔 플로리스트에게 장미꽃 60송이를 주문한 적이 있었는데 실제로 배달된 것은 38송이였다.

<사례 2> 같은 호텔이었는데 어느 일요일 뷔페에 갔더니 안내자가 메뉴를 들고 와 설명하면서 세트로 주문을 하면 좋단다.

'뷔페에서 무슨 선택?' 하며 좀 의아해했지만 곧이곧대로 믿고 주문한 결과 예상했던 음식값의 두 배가량 많은 계산서에 놀랐다.

<사례 3> 어느 공공기관 미술관 관장을 만나러 갔더니 아는 사이인데도 예약이 없으면 안 된다는 비서 말에 그냥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기업이든 정부든 기관 이미지를 잘 꾸며 고객으로 하여금 믿고 자기네 상품과 서비스에 만족하도록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들어 기업의 표장(標章ㆍ엠블럼)이 매우 근사해졌다.

구도, 모양, 리듬, 색깔 등 뭔가 희망과 믿음을 주려고 노력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심미안 내지는 미적 의식을 자극하는 문화력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판단했으면 서울시가 대학교 학장을 디자인본부장으로 영입할 정도가 되었을까? 서울시가 국제문화도시로 도약할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도 예외가 아니어서 관료 원래의 이미지가 무색할 정도로 부처마다 경쟁해 큰돈 들여 멋지게 표장을 꾸민다.

아마 중앙정부 부처 중 't'자를 10개나 넣어 만든 기획예산처의 엠블럼이 압권이지 싶다.

국가의 오늘과 내일을 생각하고 걱정하는 'today'와 'tomorrow'부터 시작해서 기관의 위상을 과시하는 사고의 탱크(think tank), 투명성을 통한 신뢰제고(transparency, trust), 시장과 양방향(two track), 그리고 낭비 줄이기 10%, 성과 올리기 10%(ten ten) 등을 표방하면서 색깔도 백, 청, 녹, 홍, 주홍 등 5가지로 매우 화려하게 꾸몄다.

그야말로 미학적으로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그런가 하면 정부 부처 중 제일 어색한 것이 교육인적자원부 표장이다.

어느 대학교도 그런 형상이던데 글자만으로, 그것도 도형이 매우 거북스러운 형태를 띠었으니 호감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외양이 나쁘다고 속도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반면에 겉은 그럴듯한데 속은 t자가 들어간 단어 중 각박하고 집요한 강압이나 혼란 같은 뜻이 있는 단어들(tough, turbulence)이 있듯이 정부가 국민의 여망과 기대를 도외시하는 정책이나 결정을 내린다면 그 표장이 무색해질 것이다.

기업과 달리 정부는 표장들이 어느 정도 표준화되어야 한다.

기업이 회사의 엠블럼을 어떤 형태로 하든, 어떤 색깔을 쓰든 멋지게 꾸미는 것은 자유이다.

그러나 정부 부처를 표징하는 것은 나라의 성격과 공공성과 표방하는 바를 표현할 수 있도록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역동적이긴 한데 무슨 뜻인지 모를 행정자치부, 영어로 만화처럼 표현한 환경부, 한지에 물감이 스며들어 예술작품처럼 보이긴 하는 문화관광부, 정의보다는 칼날이 선 것 같은 검찰의 표장들만 보면 대한민국 정부 부처인지 아닌지를 알 길이 없다.

색깔도 제멋대로다.

이러한 사정이 지방정부로 가면 더 가관이다.

몇 해 전에 미술대학 어느 학생(조주현ㆍ박사과정)이 석사 졸업 작품으로 한국 정부 표장을 그려낸 적이 있다.

독수리가 일관되게 들어간 미국과 독일 정부 각 부처의 표장, 국기의 3색이 모두 다 들어간 프랑스 정부 부처들의 표장 등과 비교하면서 우리는 무궁화의 오각형 이미지에 태극의 괘를 적당히 배열해 각 부처 표장을 제시한 적이 있다.

아무리 자유를 표방하는 정부라도 공공부문은 동질성이 있고 신중해서 무게가 있어야 믿음이 간다.

그리고 바깥에서 누가 보더라도 어느 나라 정부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국적 특징이 새겨져야 한다.

공통점 하나 없이 부처마다 경쟁적으로 그려내면 부처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한다고 또 누군가 말할 것이다.

문제는 로고가 아무리 멋있고 최고경영자(CEO)가 아무리 훌륭해도 밑에서든 위에서든 한두 번 일을 망치면 그 기관에 대한 인상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창의, 심미, 진취를 추구하는 CEO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일로 승부한 기관의 이미지이지 엠블럼이 아니다.

겉치레도 좀 해야 하고 창발적 리더십도 강조해야겠지만 조직의 일체감과 진정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내실 이상이 없다.

선진국은 그렇게 가는 것이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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