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미래에 없어질 직업, CEO


최고경영자(CEO)가 정말 없어질까.

많은 사람들이 CEO를 꿈꾸는데 없어진다니 좀 지나친 것 같다. 그러나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0년 5월 미래에 없어질 직업 10가지 중 네 번째로 CEO를 꼽았다.

이 예측 이전에 이미 수장이 없는 조직이 있다. 지난 5월 예술의전당에서 `사계`와 `샤콘` 등을 연주한 사라 장이 협연한 `오르페우스(Orpheus)`는 34년 동안 지휘자가 없는 실내악단이다.

지휘자 없이도 아이작 스턴, 기돈 크레머, 이자크 펄만, 안네 조피 폰 오터 등 세계적인 거장들과 호흡을 맞춰 온 세계 유수의 악단이다.

악장과 단원들은 연주를 앞두고 곡을 토론하고 해석하고 연습하고 눈빛을 맞추고 마음으로 교감하며 연주하는 방법을 익히고 무대에 선다. 더욱이 곡 따라 악장이 바뀌고 동시에 악기의 위치까지 바뀐다.

사라 장은 "곡이 완성되기까지 많은 부분을 다듬고, 지휘자나 리더에 의존하지 않고 곡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뜯어가며 꼼꼼하게 완성하기 때문에 오르페우스가 좋다"고 했다.

1990년대 초에 계급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조직이라면 그게 곧 계급인데 계급이 꼭 필요한가였다.

이 논쟁을 피터 드러커가 잠재웠다. 배가 순항할 때는 괜찮지만 좌초하거나 풍랑을 만나 파선될 염려가 있을 때 누군가 하선 명령을 내릴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계급 내지는 CEO의 필요성을 상기시켰다.

현대 조직은 수평이고 네트워크니까 옛날처럼 줄줄이 상전이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래서 정부도 팀제를 도입하고 고위 공무원단을 만들어 계급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 간다.

조직은 예와 달라 한 사람이 여럿 역할을 동시에, 그것도 창의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 축구에서 스위퍼가 공격에도 가담해 득점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같다.

변하는 조직에서는 리더십도 새로운 스타일과 역할이 요구된다. 리더가 황제 같아서는 곤란하다.

그러나 아직도 기업에는 공공 부문 못지않게 총수가 군림해 아랫사람이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것을 가끔 보게 된다.

총수 스스로는 습관이나 스타일을 바꾸지 않으면서 직원들에게는 창조적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창조적 상상력을 키우는 방법은 호기심 훈련부터 시작해서 다른 길이 있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상은 보다 평평해지니 그 길로 가는 인소싱 등 10가지를 제시하면서 UPS, 코니카 미놀타,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 등의 예를 들어 세 가지 융합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e티켓에서 A자리를 얻는 방법처럼 기업과 사람들이 새로운 습관과 기술을 택하는 것 하나, 창조적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수직에서 수평으로 바꾸는 것 둘, 그리고 새로운 장으로 나가 새 도구로 직접 값싸고 힘 있게 경쟁ㆍ연결ㆍ협동하는 것 셋 등이 그 길이다.

미래의 새로운 리더십은 `공유하는 리더십` `함께 가는 리더십`이다. 옛날에는 끌고 가는 사람, 따라 가는 사람 따로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그리고 더욱이 미래에는 다 함께 가게 되어 있다.

그러니 전 직원이 모두 같은 지위와 역할을 부여받을 수는 없겠으나 더 평평해지기 위해 우선 기업 총수가 해야 할 일은 2인자, 3인자, 4인자에게 권한의 상당 부분을 위양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조직이 살아날 길이 막힌다.

빌 게이츠와 2인자였던 스티브 발머의 짝을 가장 이상적인 `코 리더십`으로 친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2인자부터 시작해서 대부분의 조직에서 우두머리는 찬양만 받고 그 이외의 사람들은 악역만 맡는 것을 당연시했으니 그 조직에 희망이 있을 리 없다. 오케스트라에서 제일 힘든 파트를 제2바이올린이라고 하듯이 2인자는 매우 고달프다.

하지만 이들이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전체가 산다.



  

  

옥스퍼드대 템플턴 칼리지의 `전략리더십센터`는 모토를 "우리는 불완전한 개인이 만나서 완벽한 팀을 이룬다"라고 써 놓았다.

리더십은 함께 가는 것이지 혼자 가지 못한다. 가까운 참모는 물론 전 직원이 함께 가면서 완벽한 팀을 이루는 것이 21세기 리더십이 해야 할 몫이다.

CEO 자리가 없어지기 전에 반음 내리고(flattened) 인소싱도 하고 융합의 완벽한 팀을 만들어 보라. 기업은 더 융성할 것이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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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2 17:06:16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