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론] 오만하고 명민한 신용불량 정부




노무현 정부가 지난 4년 6개월 동안 열심히 한 것은 조직과 인원 늘리기였다. 국민과 차기 정부에 짐만 얹어 주었으니'일 잘하는 정부, 할 일을 하는 정부'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하다. 부자가 아닌데 빚을 지면서 집 늘리고 방 넓히고 가구 사 들이고 심부름꾼만 엄청 모았다.
많이 고용해 후한 대접을 하며 인심을 썼고 과객에게도 은혜를 베풀긴 했다. 개인으로 치면 신용불량자나 다름없는데, 파티를 벌이며 허세를 부렸다.

● 조직·인원 늘리고 나라빚 키워

그새 나라 빚은 150조원이나 늘었다. 정부수립 후 54년 동안 쌓인 빚 134조원을 훌쩍 넘는 규모다. 그 결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3.4%에 이르렀다. 재외공관, 소방방재청, 대통령 자문위원회 등 월급을 많이 줘야 하는 정무직은 28%, 29명을 늘렸다.

이들을 먹여 살리는데 자그마치 200억원의 돈이 더 든다고 한다. 전체 공무원은 올 상반기까지 6만명 이상 증가했다. 2002년 15조2,000억원이던 경상 인건비는 2006년 20조4,000억원(2006년)으로 급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7급 공무원 1명에게 드는 생애 예산은 21억원에 달한다.

이 정부는 국가공무원 총정원령 제2조에 규정한 정원 한도를 무시하고 민생ㆍ복지 관련 공무원의 숫자는 늘려도 괜찮다는 논리로 6월 말부터 8월 초까지 7주 내내 기구와 공무원수를 늘리는 데 몰두했다. 민생ㆍ복지와 관련 없는 외교부는 재외공관 10개, 국 3개를 신설했으며 197명의 외무공무원을 늘린다. 국세청은 늘어나는 공무원이 1,998명이다.

신불자가 허세를 부렸어도 일만 잘했다면 불신은 좀 줄지 모른다. 그러나 국정운영 지지도는 30%를 약간 웃돌 뿐이다. 세계기구의 평가는 더 냉혹하다. 세계은행이나 국제경영개발원(IMD) 등은 국가경쟁력 순위를 각각 29위와 38위로 매긴다. 정부효율성 부문이 세계은행 발표로 1.01에서 1.05로 약간 높아졌다.

그러나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에 따르면 '정부가 국가에 좋은 영향을 준다'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비율이 우리는 41%에서 32%로 내려앉았다. 일본은 22%에서 50%로 늘었다.

같은 시기에 외국 정부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영국은 정부의 권한을 의회와 국민에게 넘겨 영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고든 브라운 총리는 천명했다. 주요 공직자 임명권, 판사 임명권, 공공서비스 감독권 등 12개 분야에 걸쳐 총리와 행정부가 갖고 있는 권한을 축소하겠다고 한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작은 복지, 작은 정부'로 사회체질을 바꿔 놓겠다고 5개년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퇴직공무원의 반을 충원하지 않고 공무원 숫자를 감축하겠다고 한다.

● 차기 정부는 규모부터 줄여야

우리는 왜 이렇게 되었으며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의 몸집이 가누기 힘들 정도로 비대해진 것은 공직의 메커니즘과 원리, 그리고 부처끼리 얽혀있는 맥락을 잘 모르는 정치권력의 무능 탓이다.

자리 늘리기와 승진하기 좋은 보직에 급급한, 명민하나 공덕(公德)을 등진 일부 기회주의 공무원들에게 당해내지 못한 결과이다. 송영길 의원의 표현대로 '오만, 독선, 아집의 리더십'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세계적 추세인 '일 잘하는 작은 정부'를 철저히 외면했으니 차기 정부는 정부 늘리기에 앞장서 왔던 행자부와 담당 직원을 냉엄하게 평가하고 심판한 후 정부 규모를 상당 수준으로 줄이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다. 당장 총액 예산제를 제대로 시행해 각 부처로 하여금 직제(조직)와 인원은 자체에서 조정하는 개혁방안부터 실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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