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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난 지식 아우를 책 권할 것”
간행물윤리위 좋은책선정위원장 맡은 김광웅 교수


간행물 ‘통제’보다 ‘권장’ 동의
좋은 책 읽을 환경 만들어야


“정부 중앙인사위원회 일 끝내고 내 전공인 행정학 책 300권을 주었고, 정년퇴임하면서 앞으로도 가르치는 데 필요한 것 몇 권만 갖고 나머지 과학·문화·예술 등의 분야 책 3000권을 서울대 중앙도서관에 주고 나왔다. 평생 책을 읽어왔는데 다시 한참 더 봐야 한다니, 이거 완전히 또 붙잡힌 거야.”

40여년간 서울대에서 가르치다 올해 초 정년퇴임한 김광웅(66) 교수가 9월부터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좋은책선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서울대 명예교수로 여전히 강단에 서고 있는 김 교수는 “사람은 책 안 읽으면 사람 아니다”라며 앞으로의 활동방향과 관련해 이렇게 밝혔다.

“21세기의 주제어 가운데 하나가 ‘관계’인데, 과학기술도 사회와의 관계, 예술과의 관계 없이는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만다. 요즘 말하는 인문학 위기라는 것도 그런 관계 없이 섬으로 고립된 데서 비롯됐다.

아이티(정보기술)도 그것만 발달하면 무엇하나. 앞으로는 창조적 사회, ‘뇌본사회(돈 아닌 두뇌 중심사회)’가 될 텐데, 지금까지는 분과로 쪼개져온 학문도 앞으로는 융합하는 쪽으로 갈 것이다. 학문이 이렇게 변하면 대학체제도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그럼에도 고작 생각한다는 게 사이버대학 정도이니 한심하다. 풍부한 상상력을 토대로 모든 분야를 연결하면서 아우르는 ‘디지그노’(designo·아름답게 엮어냄)가 중요해진다. 그게 되면 인문학도 저절로 살아난다. 나는 책읽기가 그런 쪽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권장하려 한다.”

매월 한 번씩 모이는 위원회에는 모두 11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포진했는데 작가 신경숙씨, 역사저술가 이덕일씨,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참여한다. 전공이 행정학이지만 과학사, 과학철학 등 과학분야 책을 많이 읽어왔다며 최신 과학변화도 “자신있게 이해할 수 있다”는 김 교수는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원래 무게를 두었던 ‘통제’보다는 앞으로 ‘권장’하는 쪽으로 바뀐다는데, 나도 거기에 동의한다”고 했다.

그는 물밀듯 밀려오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국민을 지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길은 좋은 책을 만들어 좋은 서점, 좋은 도서관을 통해 많이 읽게 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요즘 책도 읽고 놀이터도 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는 일부 구립도서관의 등장을 “참 잘 된 일”이라고 반겼다.


“미국 같은 델 가면 도시 중심가에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땅값 비싼 최고 요지에 도서관이나 유명서점, 우체국이 들어서 있고 거기서 작가들이 강연을 하고 서가 한 쪽에선 낭독회도 열리고, 거기에 정보와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렇지 않은가. 선진국이 별 건가. 그런 게 바로 선진국이지.”

그러면서 당연하게도 입시준비에 바쁜 고교생들이 가장 책을 안 읽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요즘 대학생들도 인터넷으로 짜집기하면서 교과서도 안 산다”고 탄식했다.

사회가 호모사피엔스보다는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인간) 쪽만 부추기고 있다는 것도 그의 걱정거리다.

김 교수는 지난해 10월 서울대 개교 60돌을 맞아 ‘미래의 학문, 대학의 미래’를 주제로 한 콜로키움(전문가 토론모임)을 시작해 이미 여러차례 모였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