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 양양공항 99일째 승객 '제로'
'유령공항'된 지방공항
14개 지방공항 중 11곳이 작년 적자
김민철 기자 mckim@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김성모 기자 sungmo@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지난 6일 오후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양양국제공항. 연면적 2만6130㎡(7904평) 크기의 여객터미널은 승객 하나 없고 난방도 나오지 않아 찬바람만 불고 있었다. 이 공항은 지난해 11월 1일 일본발 대한항공 전세기가 착륙한 것을 마지막으로 99일째 '승객 제로(0)'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공항 관리를 위해 아직도 70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양양공항은 2002년 4월 '영동권 관광 거점 공항'을 모토로 3567억원을 들여 완공됐다. 그러나 승객 감소로 2006년 129억원 적자, 2007년 105억원 적자에 이어 지난해 101억원 적자로 3년째 100억원 이상 적자를 냈다. 개항 이후 누적적자는 598억원. 주변 고속도로 확장 등 환경 변화를 전혀 예측 못하고 일단 짓고 보자는 마구잡이 행정의 결과였다.

지난해 이 공항의 하루 평균 이용객 수는 26명이었다. 국제선은 하루 평균 4.6명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해 이 공항에서 일한 인원은 공항공사 직원 26명과 정부기관 8명, 청소 용역 등 협력업체 112명을 포함해 146명에 달했다. 직원 수가 승객보다 5배나 많은 셈이다.
손님도, 비행기도 없이 건물만 있는 '유령공항'은 이곳만이 아니다. 경북 울진공항은 AFP가 선정한 '2007년 황당뉴스'에 선정됐다. '한국에는 1억4000만달러를 들여 지었는데 항공사들이 취항을 원치 않는 지방공항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울진공항은 감사원이 '여객 수요가 과장됐으니 계획을 재검토하라'는 지적에 따라 2005년 공정률 85%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전북 김제공항은 2004년 5월부터 공사 중단 상태에 있다. 감사원이 수요 예측을 과대포장했다며 재검토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전북 김제시 백산면과 공덕면 일대 480억원을 주고 산 공항 부지 157만㎡(47만5000평)는 배추와 고구마를 심는 농민들에게 연 1억~2억원을 받고 임대해 주고 있다.

2007년 개항한 전남 무안공항은 연간 수용능력이 519만명으로, 지방공항 중 김해와 제주공항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들어간 공사비는 3017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해 이용객 수는 13만명 수준으로 공항 수용능력 대비 이용객 수는 2.5%에 불과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무안공항 개항 당시 공항으로 접근하는 도로 등 주변 인프라도 제대로 없는 텅 빈 공항에 비행기를 띄우는 것에 우려가 많았다"며 "하지만 정부 방침에 따라 하루에 한 편 김포~무안 국내선을 띄우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11월부터 이 노선을 운항하기 시작한 아시아나항공은 15개월째 매달 평균 2억원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다.


경북 예천공항은 2002년 12월 386억원의 예산을 들여 신청사를 준공했다. 당시 중앙고속도로 개통(2001년)으로 승객 수가 급감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아랑곳 않고 추진을 계속했다. 덕분에 여객 수송 처리 능력은 연간 30만명에서 100만명으로 늘어났지만, 승객은 1998년 21만7000명에서 2002년엔 3만1800명으로 급전직하했다. 결국 정부는 2004년 공항을 폐쇄했고, 신청사 건물은 비워진 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 중 흑자를 낸 곳은 김포·김해·제주공항 3곳에 불과했다. 2007년에는 그나마 흑자를 낸 공항이 김포·김해·제주공항과 대구·광주공항 등 5곳이었는데 지난해 대구·광주공항도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가장 문제가 많은 양양·울진·무안·김제·예천공항 등 이른바 '5대 문제 공항'을 만드는 데만 국민 세금 8597억원이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지방공항 문제가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례이자 국가적 재앙이라고 말했다. 고속도로 증설과 고속철 개통으로 항공 수요가 줄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수요 예측 등 경제성에 근거하지 않고 선심성 정치 논리에 따라 지방공항을 마구 지었다는 것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최인욱 예산감시국장은 "경제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치 논리로 지은 공항이 많다"며 "정치인들이 지역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장밋빛 희망으로 지방공항을 짓는 도박을 했다"고 말했다.

항공대 허희영 항공경영대학장은 "정치인이나 각 지자체에서 지방공항을 하나의 '지역 자산'이라고 생각하고 경쟁적으로 추진해 왔다"며 "적자가 나더라도 공항공사가 보전을 해주니 지자체에서는 별 부담이 없었다는 맹점이 있었으며, 공항공사도 주인 없는 공기업이라 적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