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 공항<무안공항:이용률 2.5%>' '유학성 공항<예천공항: 2004년 폐쇄>'… 책임질 사람은 없다
수요예측 없이 '實勢' 지시에 무턱대고 건설
국민에게 큰 손해… 정책實名制 대책 세워야
김민철 기자 mckim@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지방공항들이 천덕꾸러기를 넘어 국가적인 재앙으로까지 전락했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양양·무안·울진·김제·예천 공항 등 문제투성이 공항을 짓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유력 정치인들과 해당 도지사와 시장·군수, 당시 정책을 추진한 장·차관과 실무 국장 등 공무원들까지 아무도 책임지거나 유감 표명이라도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정책 추진자의 의도에 맞추어 엉터리 수요 예측을 해준 용역업체 전문가들도 입을 다물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공정률 85%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된 울진공항은 일명 '김중권 공항'이라고 불린다. 김대중 정부 시절 실세였던 김중권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공항 건설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시각에서 유래한 것이다. 2000년 한국교통연구원은 하루 이용객이 50명에 불과할 것이란 보고서를 냈지만 공사를 강행한 것은 당시 정권 실세였던 김 전 실장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결국 정권이 바뀐 2004년 감사원은 "여객 수요가 과장됐으니 재검토하라"고 지적했고 공사가 중단됐다. 중단된 울진공항 건설에 들어간 혈세는 이미 1100억원이 넘었다. 그러나 감사원도 수많은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담당 공무원을 문책하라는 주문은 내놓지 않았다.

김 전 실장은 본지 통화에서 "(내가) 청와대 비서실장 할 때 지원한 것은 맞지만, 울진이 우리나라 제일의 교통 오지라 초선 때부터 추진한 일"이라며 "공사를 중단한 것은 정부가 잘못한 일로, 한번 운항을 시작하면 수요 유발 효과에 따라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승객이 적어 2004년 폐쇄한 예천공항은 5공 당시 이 지역 출신 실세의 이름을 따 '유학성 공항'이라고도 불렸다. 1989년 개항 당시 이 지역 국회의원인 유학성(작고)씨가 공군비행장을 민간공항으로 변신시켜 민간 비행기를 띄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공항 수요가 줄고 있는데도 수용 능력을 대폭 늘린 신청사를 신축한 것이다. 2000년 총선을 앞둔 1999년 10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경북 영주와 안동을 방문해 공항 확장을 약속했다. 당시 여권은 영남 교두보 확보가 최대 정치적 목표 중 하나였다. 결국 중앙고속도로 개통으로 공항 수요가 급감하면서 예천공항은 폐쇄되는 운명을 맞았다. 그러나 정책 판단을 잘못해 386억원의 혈세를 낭비한 사람을 문책해야 한다는 얘기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무안공항은 '한화갑 공항'이라 불린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4월 총선 직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무안공항은 한화갑이가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무안과 김제 공항 건설을 확정한 이정무 전 건교부장관은 "지금 돌이켜보면 아쉬운 부분도 있고,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이 있었다. 특히 호남 배려 차원에서 그렇게 결정한 과정들이 있었다"고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음을 인정했다.

항공대 이영혁 교수는 "정치적 압력을 받았겠지만, 결국 고속도로와 고속철 등 다른 교통수단들과의 경쟁 변수를 감안하지 않은 공무원들이 책임을 질 문제"라고 말했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용역기관이든 공무원이든 책임을 물어 예산 손실의 일부라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 '정책 실명제'를 명확히 실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엉터리 연구용역을 수행한 기관에는 다시는 공공 프로젝트 수주를 맡기지 않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