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역대 취임사의 키워드 [중앙일보] 링컨 ‘헌법’ 24차례 언급 … 연방 수호 의지
대공황 극복한 루스벨트는 ‘리더십’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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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통령들은 취임사에서 국정 운영 방향을 제시하고, 시대의 도전과 자신의 해법을 담았다. 그래서 취임사에서 자주 쓰는 단어에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반영되기 마련이었다.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은 17일 역대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어떤 단어를 많이 썼는지 중요도 순으로 산정해 보도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1789년 취임사에서 ‘정부’를 9번 언급해 가장 많이 사용했다. ‘공공의’ ‘나라’ ‘시민’ ‘의무’라는 단어도 자주 썼다. 신생 독립국 미국의 첫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의무를 부각시킨 것이다. 그는 “내 나라의 목소리가 나에게 봉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3대)은 1801년 취임 연설에서 ‘정부’ ‘원칙’ ‘시민’ ‘동료’ 등의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연방 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연방주의자와 각 주의 자치권을 확대하려는 공화주의자의 분열 속에서 취임하는 만큼 ‘통합된 정부’를 내세우기 위해서다. 그는 “우리는 모두 공화주의자이면서 또한 연방주의자다”라고 선언했다.

16대 에이브러햄 링컨은 1861년 1기 취임사에서 ‘헌법의’ ‘법’ ‘연방’ ‘국민’이라는 단어를 각각 20번 넘게 반복했다. 흑인 노예제를 둘러싸고 남부와 북부가 전쟁을 벌이기 직전의 상황에서 남부의 분리를 용납할 수 없으며 ‘하나의 정부’인 연방을 수호하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그는 “나는 정부를 유지하고, 보호하며, 방어하기 위해 신성한 맹세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1865년 2기 취임식에서는 간략한 연설 중에도 ‘전쟁’을 12번 언급해 남북전쟁으로 고통 받는 미국의 현실을 직시했다. 그러면서 ‘신’을 6번 언급해 미국인들이 같은 종교를 가진 ‘하나의 국민’으로서 단결할 것을 촉구했다.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1933년 취임사에서 ‘국가의’ ‘국민’ ‘돕다’ ‘리더십’ ‘노력’ ‘행동’ 등을 반복해 썼다. 대공황으로 파탄 상태인 경제를 살리고, 국민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그는 “경제 위기를 해결하려면 전쟁 때의 긴급함이 필요하다”며 “불황과의 전쟁”을 위해 대통령 권한의 확대를 요청했다.

35대 존 F 케네디는 61년 취임사에서 ‘진영’ ‘세계’ ‘국가’ ‘권력’ ‘약속’을 많이 사용했다. 미국 주도의 자유 진영과 소련으로 대변되는 공산 진영의 체제 경쟁으로 세계가 직면한 위협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미국인들은 인류 공동의 적인 독재·빈곤·질병·전쟁과의 투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40대 로널드 레이건은 81년 취임사에서 ‘정부’ ‘미국인’ ‘믿다’ ‘자유’ 등을 자주 썼다.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이어진 정부 주도 정책이 실패했다고 보고 민간 주도 정책을 역설한 것이다. 그는 “현재의 위기에서 정부는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며, 정부 자체가 문제다”고 말했다.

43대 조지 W 부시는 2001년 취임사에서 ‘국가’ ‘미국’ ‘시민’ 등의 단어를 반복하며 미국의 단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힘에 의한 정책을 밀어붙여 분열을 가속화했다.

정재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