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실연당한 나를 로봇이 달래주네
● 10년 후 다가올 영화같은 세상… 10대 미래 유망기술은
몸 불편한 지체장애인 - 로봇이 뇌파 읽고 행동옮겨
필름 자주 끊기는 주당 - 안경에 어젯밤 모든 일 기록
암 가족력 두려운 40대 - RNA 치료제가 癌유발 억제
관리비 걱정많은 건물주 - 태양전지 바르면 에너지 충당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만화영화 '태권브이'에서 주인공 훈이가 이단옆차기를 하면 태권브이가 정확히 이 동작을 따라 해 악당로봇을 물리쳤다. 10년 후 이 같은 만화 속 상상이 현실이 된다. 뇌파(腦波)를 통해 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기 때문이다. 또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다른 손을 프린터에 얹으면 바로 사진이 출력되고, 병에 걸리면 자신의 피부세포로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어 치료하는 기술도 개발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6일 개최한 '제2회 미래예측 국제심포지엄'에서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 등 10가지를 앞으로 10년간 우리 생활을 크게 바꿀 10대 미래유망기술로 선정했다. KISTEP 허민 연구위원은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분야 전문가 38명으로부터 우리나라가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미래기술들을 추천받아 그 중 가장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10대 기술을 선정했다"며 "10년 뒤 상용화되면 세상을 바꿀 고부가가치 기술들"이라고 말했다.

뇌와 로봇의 대화

10대 기술의 핵심은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대표적인 것이 뇌-기계 인터페이스(Brain-Machine Interface). 사람의 뇌파를 전기신호로 바꾸어 생각만으로 로봇이나 기계를 움직이는 기술이다. 한림대 신형철 교수는 이미 개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전극을 심은 개가 생각만으로 컴퓨터 모니터의 점을 옮기도록 했다. 미국에서는 원숭이의 뇌에 전극을 심어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여 먹이를 먹게 하는 실험도 성공했다. 신 교수팀은 전극 대신 빛으로 뇌에 손상을 주지 않고 정보를 파악해 기계에 전달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뇌와 기계가 연결되면, 몸을 가누지 못하는 환자가 생각으로 지시하면 바로 인지로봇이 알아 듣고 주변 상황을 파악, 그에 맞는 작업을 수행하게 될 전망이다.

사람 따라 흐르는 정보

정보도 인간과 통합된다. 퍼스널 라이프로그(personal life log) 기술로 몸에 휴대한 전자장치들이 알아서 한 사람의 하루 생활을 모두 기록한다. 이를테면 카메라가 장착된 안경은 눈으로 보는 모든 영상을 수집하고, 목걸이에 부착된 마이크와 위성항법장치(GPS)는 소리와 위치정보를 모으는 식이다.

기억나지 않는 어젯밤 술자리가 궁금하면 왼손은 안경 컴퓨터에, 오른손은 프린터에 대면 바로 사진이 출력된다. 몸에 흐르는 약간의 전류를 이용해 우리 몸을 케이블 대신 이용하는 인체통신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광고판에 손만 대면 제품 정보가 휴대폰에 전송된다. 한국과 일본이 자국 기술을 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읽고 싶지 않은 글이나 스팸 광고라면 컴퓨터가 알아서 차단해준다. 이용자가 놓인 상황을 스스로 인식해 능동적으로 서비스를 해주는 지능공간 인지통신기술 덕분이다.

질병 근원 치료도 가능해져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도 개발 중이다. 암 중에는 특정 유전자가 과도하게 작동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RNA 치료제를 쓰면 된다. 마이크로RNA(miRNA)가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DNA를 꼼짝 못하게 막아 암을 근원적으로 치료하게 해준다. 서울대 김빛내리 교수가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만약 병이 번져 세포가 손상됐다면 환자의 피부세포를 바로 맞춤형 줄기세포로 바꿔 치료하면 된다. 역분화 줄기세포기술이다. 심장병에 걸리면 이 줄기세포로 건강한 심장세포를 만들어 대체하면 된다. 더욱이 복제줄기세포와 달리 난자를 사용하지 않아 윤리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일본이 이 분야에 한 해 4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할 정도로 세계적인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에서는 고려대·제주대가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햇빛과 석탄으로 에너지 문제 해결

석유와 차세대 신·재생에너지 사이의 간격은 석탄이 메울 수 있다. 저등급 석탄으로 무공해 청정연료를 만드는 무공해 저급석탄 에너지기술도 개발된다. 석탄을 가스 상태로 만드는 합성석유기술도 여기에 들어간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일본·호주·중국 등에서 기초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빌딩 자체를 발전소로 만들어준다. 식물의 엽록체가 빛을 받아 전자를 이동시키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잘 휘어지고 투명한 전지를 마치 인쇄하듯 찍어낼 수 있다. 건물 유리창과 벽에 이 전지를 바르면 필요한 전기를 자체 충당할 수 있게 된다.
입력 : 2009.02.06 23:56 / 수정 : 2009.02.07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