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무원단, 되레 '철밥통'만 강화?
● 정부, 고위직 인사쇄신 가속화
뽑기도 어렵지만 문제 있어도 해임 힘들어
일각에선 "시행 3년도 안됐는데…" 신중론
주용중 기자 midway@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형석 기자 cogito@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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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내 고위공무원단 폐지론은 이명박 정부의 고위직 인사쇄신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고위공무원 2진 아웃제' '신상필벌 강화(적격심사를 통한 직권면직 가능)' 등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이번 기회에 아예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고위공무원단 제도는 당초 고위직 간 경쟁과 개방, 공정·투명한 임명절차 등을 명분으로 2006년 도입됐지만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 측면이 크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제도는 미국, 영국 등 '직위제'를 근간으로 공무원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나라에서 부처 간 유동성 확대 등을 위해 도입했으나 우리 나라 공무원은 '계급제'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뿌리가 다르고, 제도와 현실이 겉돌고 있다"고 했다.

  
▲ 교육과학기술부와 국세청 고위간부들이 일괄 사표를 낸 지난 16일 공무원들이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별관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삼삼오오 계단을 오르는 이들의 뒷모습이 곧 들이닥칠 고위공무원단 물갈이 인사의 한파를 예고하는 듯하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행정안전부의 한 간부는 "고위직을 풀(pool)제로 운영한다고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부처에 매여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부처마다 사정이 판이한데 획일적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것도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농림부는 외부수혈이 가능한 자리는 10군데지만 실제 외부 출신은 단 2명에 불과하고, 기획재정부도 타 부처 출신은 전무하다. 외부인재를 수혈하겠다는 취지가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고위직에 대한 봐주기식 평가 관행이 굳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최하위 평가인 '매우 미흡'은 도입 첫해인 2006년 0%, 작년엔 0.3%에 그쳤다"면서 "80% 정도가 '우수' 평가를 받고 있으니 말이 되느냐"고 했다. 지난 3월 고위공무원들 중 성과급을 받은 사람은 851명으로 총 61억1000여만원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공직자의 철밥통을 강화하는 역기능을 한다는 비판도 적잖다. 업무능력에 문제가 있더라도 해임에는 최소 3년이 걸리고, 실제 해임 사례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인사는 "고위직에 결원이 생겨도 고위공무원단 내 유휴 인력부터 우선 충원해야 하고, 본인이 버티면 해임도 어렵기 때문에 혁신인사가 안 된다"고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윗사람이 학연·지연 등 코드 맞는 사람을 쓰는 제도로 악용되기도 한다"고 했고,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오히려 인사 신축성이 작아졌다"고 했다.

고위공무원 공모에 시간이 걸려 행정공백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1·2·3차 공모 등 절차가 복잡하고 자리에 맞는 적임자를 찾지 못해 인선에 3~4개월씩 걸리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는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수술'을 통해 취지를 살리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시행 3년도 안 돼 제도를 바꾸면 공무원 사회의 안정성이 타격을 받는다는 논리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22일 업무보고에서 부랴부랴 개선안을 마련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선 고위공무원단 폐지론이 갈수록 탄력을 받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은 내년 초 공직사회의 큰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입력 : 2008.12.25 2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