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위공무원단의 한심한 실태를 행정개혁 교과서로  Url 복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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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06년 7월 도입한 고위공무원단 제도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노무현 정부는 이 제도를 만들면서 1~3급 공무원의 계급을 폐지하고 이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관리하면서 고위공무원 간 경쟁을 유도하고 고위공무원이 다른 부처로 옮겨 근무하는 부처 간 이동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를 내걸었다. 직급과 관계없이 능력에 따라 주요 보직을 맡기고 그런 공무원에게는 월급도 더 많이 주겠다고 했다. 명분은 그럴듯했다.

노무현 정부는 "1948년 건국 이후 최대 공직 개혁" "이 제도로 공무원들이 긴장하게 됐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2년 반 남짓 고위공무원단을 운영한 지금 도입 당시 내건 목표는 낡은 홍보용 책자에만 남아 있다. 이 제도는 탁상공론(卓上空論)에서 출발했다 2년 반 만에 현장에서 말라 죽었다.

원래 고위공무원단 소속 공무원에겐 각 부처 장(長)이 '매우 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의 5단계 평가를 해 3회 이상 또는 2년 연속 '매우 미흡'을 받으면 퇴출하도록 돼 있다. 공무원 사회에 경쟁을 도입해 '철밥통'을 깨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봤더니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고위공무원단 성과평가 결과'를 보면 2006년 평가에서 '매우 우수'와 '우수' 평가를 받은 사람이 83.5%였다. '미흡'은 1.1%에 그쳤고 '매우 미흡'은 단 1명도 없었다. 국무총리실 14명과 통계청 22명은 전원 만점을 받았다. 2007년 평가에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공직 사회에 경쟁을 도입한 건국 이후 최대의 공직 개혁"이 사실은 '끼리끼리 봐주기'의 국민 속이기였다는 것이다.

규모도 계속 늘어났다.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1127명에서 1433명으로 27.2% 늘었고, 현재는 1504명이 속해 있다. 청와대, 국무조정실, 국세청, 홍보처처럼 힘깨나 쓰거나 대통령 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실세 부처들이 고위공무원단 규모를 늘리는 데 앞장섰다. 부처 간 이동을 활성화하겠다는 약속도 공염불로 끝났다. 고위공무원단에 속한 공무원 대부분이 한 부처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뒤여서 다른 부처로 옮기길 꺼려한 데다, 각 부처 역시 '자기 밥그릇 사수'에 총력을 다했기 때문이다.

고위공무원단 운용 실상이 이렇다면 손을 보는 게 옳다. 외국 교과서를 그대로 베끼다 망신만 당한 이번 사례를 교훈 삼아 공직사회에 진정한 변화와 경쟁을 불러일으킬 현실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입력 : 2008.12.26 2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