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아시아 네 마리 龍 한국만 30위 아래로 밀려국가경쟁력 순위 변천사이상재 기자 sangjai@joongang.co.kr | 제74호 | 20080809 입력  

꼭 스무 해 전의 한국은 경쟁력이 돋보이는 나라였다. 해마다 5월에 경쟁력 순위를 내놓는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올해 평가 20회를 맞아 1989년의 1회 성적표와 비교했다.<표 참조>

당시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회원국을 나눠 성적을 매겼다. 한국은 비회원국 중 4위였다. 아시아의 4마리 용(한국·싱가포르·홍콩·대만) 중 맨 뒤였지만 중국·인도·브라질·말레이시아·태국 등의 덩치 큰 개도국보다는 저만치 앞서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과 인도·말레이시아·태국 모두 31위인 한국을 추월했다. KDI가 최근 5년간 점수가 적게 나온 평가부문을 조사했더니 ‘사회적 자본·물가·노동시장·교육’등이 발목을 잡았다.

일본의 후퇴도 두드러진다. 89년에 1위였던 일본의 경쟁력은 올해 22위로 밀려났다. ‘기술과 혁신의 일본’도 거품붕괴 후유증을 포함한 ‘잃어버린 10년’의 파고 속에선 속수무책이었다. 당시 3위였던 미국은 94년에 선두로 올라서 지금까지 그 왕좌를 지키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의 ‘신경제 호황’으로 경쟁력 날개를 달았던 미국은 최근 신용위기와 경제침체로 다시 비틀거리고 있다. 언제 왕좌에서 밀려날지 모른다.
IMD도 싱가포르가 미국을 바짝 쫓고 있는 데다 근래 미국이 과거 일본의 추락 궤적을 답습하고 있다며 올해가 ‘미국 1위’의 마지막 해가 될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IMD는 앞으로 20년간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변수로 ‘경제 다극화와 원자재값, 환경보호 전략, 아시아의 중산층 성장, 러시아의 재도약’등을 꼽았다.

IMD와 함께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도 해마다 경쟁력 순위를 발표한다.
여기선 한국의 순위(2007년)가 11위였다. IMD와는 차이가 많이 난다. IMD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중심으로 점수를 매기는 데 비해 WEF는 경제 전반의 지속가능한 성장 환경에 초점을 맞춰 경쟁력 순위를 정한다.

이 때문에 민간 기업인들의 설문을 중시하는 IMD 평가에서 한국은 정부 경쟁력 등의 비판적 점수가 너무 크게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KDI는 “두 기관의 순위와 연간 등락폭은 다르지만 추세나 지적하는 강약점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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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란?

A. 경쟁력 엔진을 움직이는 윤활유
사회적 자본은 사람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무형의 자산을 말한다. 그 핵심은 ‘신뢰’지만 크게는 ‘법이나 제도·질서’까지 포괄한다.‘혼자 볼링하기(Bowling Alone)’란 유명한 논문에서 무너지는 미국 사회의 신뢰를 지적한 로버트 퍼트남 교수는 ‘사회 네트워크와 규범·신뢰처럼 구성원들이 상호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조정과 협동을 쉽게 하는 특성’을 사회적 자본이라고 정의했다.

쉽게 말해 서로 믿고 돕는 ‘인간관계’를 뜻한다. 이는 곧 사회 자체의 경쟁력이기도 하다. 기업·인재·기술 같은 경쟁력 부품들을 엮어 힘을 내도록 돕는 윤활유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동안 초고속 압축성장에는 성공했지만 사회적 자본은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학연·지연 등으로 얽혀 잘 아는 사람 사이의 ‘특수화된 신뢰(particularized trust)’는 높지만 일반인이나 공적제도·정부기관에 대한 신뢰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특수화된 신뢰는 그 집단에 속한 성원 간의 결속을 다지는 데는 크게 기여하지만 사회 전체의 신뢰 형성엔 독이 된다. "트러스트(Trust)"의 저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도 이런 이유로 한국을 저신뢰 사회로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