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60년 동안 30번 있었던 정부조직 개편
정치권 '권력분배수단' 간주
국민에 실질적 혜택은 뒷전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한국조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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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1948년 8월 15일 정부수립 당시 11부3처1실3위원회로 출범한 대한민국 정부조직은 지난 60년간 주요 개편 사례만 보더라도 무려 30여 차례의 개편이 이루어졌다. 평균 2년에 한 차례 정부조직 개편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렇게 '평균수명(?)'이 짧은 정부조직을 만들어온 데에는 무엇보다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정치권은 지난 60년간 정부조직 개편의 실제적 목적을 국민의 입장 즉, '경제활성화'나 '일자리 창출' 같은 것에 두기보다는 소위 '개혁의지의 표현'이나 '권력재분배의 수단' 같이 하나의 '상징적 행위' 정도로만 간주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있었던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개편도 마찬가지였다. 중앙행정기관의 숫자를 노무현 정부의 55개에서 45개로 축소하는 정도의 성과가 있었지만, 국민들이 진정 듣고 싶어했던 "불필요한 규제가 얼마나 철폐되고,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가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사실상 제시된 것이 거의 없다.

최근 OECD 국가들의 중앙정부 구조를 연구한 결과를 보면 선진국의 정부조직 개편은 부처 간 통폐합보다는 민영화, 규제완화, 책임운영기관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즉, OECD국가들은 '정부와 민간 간의 기능조정'의 결과로 중앙정부의 정부조직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잃어버린 10년'의 불황을 극복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고이즈미 내각이 노동계, 관료사회, 정치권의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우정공사의 민영화를 위시해 공기업 163개 가운데 136개를 폐지, 민영화, 독립법인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본 경제계의 일반적 평가이다. 일본 공공부문 개혁을 진두지휘한 다케나카 전 장관의 지적처럼 공공부문 개혁은 볼링의 센터핀(1번 핀)을 쓰러뜨리면 2번, 3번 핀도 자연히 쓰러져 결국 개혁에 대한 전 국민적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 공공부문 개혁의 센터핀 역시 '공기업 민영화'라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비리의 종합선물세트'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고, 국내 총생산(GDP)의 31%에 이르는 예산을 쓰는 공공부문 개혁의 핵심은 '공기업 민영화'이다. 공기업의 특권을 없애고 민영화를 하다 보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재원을 국민 생활에 직결된 부문에 더 많이 사용할 수 있고 결국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건국 60주년'을 맞이하여 국민들이 원하는 '정부조직의 선진화'는 '불필요한 규제완화',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정부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의 센터핀에 '공기업 민영화' 작업같이 정부조직이 수행해 온 기능들 중 민간부문의 창의성과 효율성을 활용할 수 있는 기능들을 과감히 민간에 이양하는 작업이 있다. 미국은 대통령이 의회에 정부조직개편안을 내놓을 때 재정적 절약을 성취할 수 있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제 더는 국가와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정부조직개편은 없었으면 한다. 금년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제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태국, 칠레, 에스토니아, 슬로바키아 같은 국가보다도 뒤졌다. 이 같은 결과에 우리의 '정부경쟁력' 점수가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을 정부는 직시하여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성공의 센터핀은 '정부조직의 선진화'이다.

입력 : 2008.08.11 22:08 / 수정 : 2008.08.11 2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