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영 칼럼] 세금을 반액 할인할 비법
국민 등골 휘게 하는 비대 공무원 조직
공공서비스를 통째로 민간에 위탁해버리면…
송희영·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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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희영·논설실장공공 정책을 연구하는 전문가들 사이에 요즘 가장 주목받는 곳은 샌디스프링스(Sandy Springs)다. 미국 조지아 애틀랜타시 주변의 베드타운 중 하나다.

샌디스프링스에는 정식 공무원이 4명뿐이다. 공무원이 해오던 대부분의 일을 2년 반 전부터 민간회사에 일괄 위탁해버렸다. 물론 경찰 86명과 소방서 대원 91명은 별도고, 교육과 보건위생 업무는 상급기관(카운티)에서 담당한다.

하지만 상수도, 하수도, 공중 화장실, 주차위반 단속, 공원관리, 교통관리, 조사-검사 업무 같은 단순 업무부터 회계, 세출입, 도시설계, 술집 인허가, 건축허가, 도로관리처럼 꽤 중요한 공무(公務)까지 135명의 회사원에게 맡겼다.

도시 경영을 대행해주는 곳은 화학 기호(CH2M HILL OMI) 같은 이름으로 전 세계 2만3000명의 종업원을 둔 글로벌 회사의 자회사다. 우수한 전직-현직 공무원을 채용해 쓰므로 행정의 달인(達人)이 많다고 한다.

이 회사가 맡은 후 도로 관리가 좋아져 주민들은 첫인상에 만족했지만, 무엇보다도 다른 도시에 비해 세금(지방세·고정자산세)이 딱 절반밖에 안 되는 점에 콧노래를 부른다.

이 때문에 밀튼, 존스 클릭 등 주변 도시가 경쟁적으로 이 회사와 접촉 중이다. 절반의 세금으로 공공 서비스 감동을 배가(倍加)시켜달라는 시민 압력에 견딜 수 없는 셈이다.

이쯤 읽은 한국의 공무원이라면 '미국과 한국이 같은가?'로 시작, 우리나라에서 샌디스프링스처럼 할 수 없는 이유를 10분 안에 100가지 이상 떠올려 반박하고 싶을 것이다. 행정 체제가 다르고, 역사적 배경이 다르고, 주민 기대가 다르고, 위탁 업무 범위가 다르고….

그렇다고 그곳의 혁명을 깡그리 무시하기엔 우리 실정이 지나치게 한심하다. 인구 수가 10만 명 언저리로 엇비슷한 강원도 동해와 비교해보자. 동해시 공무원 숫자는 600명. 샌디스프링스와 얼추 비교해도 4배가 넘는다.

전남·북, 경남·북, 강원도 등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 공무원 숫자는 늘어난 곳이 적지 않다. 구례군에선 10년 사이 인구가 5천 명 이상 줄었으나 공무원은 2명 늘어났다. 강릉과 영월, 인제, 고성군도 인구 감소와 반대로 공무원은 증가했다.

이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백성들은 세금 부담으로 등골의 각도가 더 뾰쪽해질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중앙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무능의 극치를 보여준 기상청의 혁신을 위해 외국 전문가를 초빙하고 민간 업체와 경쟁시키는 체제로 가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한심한 공무원과 그 조직을 그대로 둔 채 '액세서리'를 첨가하겠다는 발상이다. 자칫 엉터리 예보관 보호 대책이 될 수 있다.

아니다. 어쩌면 전문가 초빙, 추가 장비 도입을 외치며 세금 부담만 더 무겁게 만들지 모른다. 벌써 하루 만에 기상청장이 장관 말을 뒤집는 것부터 수상쩍다 했더니 장관이 청장 경질을 시사하며 기상청의 저항을 누르느라 고생한다. 이럴 바에야 아예 외국 회사에 날씨 예보를 통째로 위탁해버리는 선택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불황 폭탄을 맞은 이명박 정권은 감세(減稅)로 경제 회복의 불을 지펴보려 하고 있다. 법인세부터 재산세, 근로소득세까지 인하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감세론이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만 봐도 머지않아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고 나올 것이 뻔하다.

공무원 집단의 행적을 보면 찔끔 내린 세금보다 그 후에 올리는 세금이 더 부담스러워질 가능성이 높다. 다이어트 실패 후에 뱃살이 두꺼워지듯 '세금 요요 현상'마저 걱정된다.

바가지 세금을 막으려면 공무원 몇% 줄이고, 부서 몇 개 통폐합하는 식으로 기존의 그래프에서 한 줄 올려 긋거나 한두 칸 내려보는 접근법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공무원 개혁은 조직과 인원, 예산 등 세 가지를 통째로 없애거나 외부에 몽땅 위탁해버려야 성공한다.

솔직히 샌디스프링스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겁난다. 의원들과 시장들이 시찰한답시고 떼지어 다니며 또 꼴불견 추태를 벌이다가, 돌아와서는 '역시 미국은 미국이고, 한국은 한국이다'라고 쉽게 결론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고선 모든 것을 잊어버릴 것이다.

샌디스프링스로 가는 고속도로 입구에 '한국 시찰단 사절' 팻말이라도 붙지 않으면 좋으련만….





입력 : 2008.07.25 2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