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 선정위원회’가 고른 新고전<24> 『국민합의의 분석』경제학 게임이론으로 사회적 합의 모색| 제67호 | 20080622 입력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투표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지만 집단행동에 동의했다. 왜 동의했을까? 무능한 정부를 믿을 수 없어서, 아직도 제국주의적 태도를 버리지 않는 미국이 싫어서, 대치에 스릴을 느껴서, 아니면 축제라니까 궁금해서 등 사람마다 동기와 계기는 다를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일에 동의하고 그 결과에 따른다. 왜 그럴까? 애덤 스미스는 효용의 극대화를 그 이유로 들었다. 1950~60년대에는 각자가 효용의 극대화를 추구할 때 그 속에서 어떻게 균형이 생기는지에 관한 논쟁이 크게 일었다. 9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수학자 존 내시의 균형이론도 이러한 논쟁에 대한 답이다. 균형이론은 장기·포커 등의 게임을 할 때처럼 나의 행동과 상대의 행동이 서로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설명하는 게임이론의 일종이다.

내시의 전기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는 균형이론의 탄생 배경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나온다. 남학생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데 여대생 그룹이 들어왔다. 누구나 가장 아름다운 여학생과 데이트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여학생과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건 한 사람뿐. 거절당한 뒤 다른 여학생에게 다시 데이트를 청해 봤자 자존심 때문에라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가장 아름다운 여학생에겐 아무도 데이트를 신청하지 않고 남은 사람끼리 짝을 맞추는 것이다. ‘내시 균형점’은 이렇게 ‘차선(次善)’으로 귀결된다.

뷰캐넌과 털럭은 경제학의 이러한 이론을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적용했다. 민주주의의 핵심 언어인 ‘동의’에 이르는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을 ‘방법론적 개인주의’ 입장에서 게임이론으로 분석한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사람도 기관도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며 효용을 극대화하려 한다. 정부는 공익을 추구하는 자비로운 존재 같지만, 실제로는 유권자나 정치인처럼 사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의 집단이기 때문이다. 공공을 추구하는 선의의 존재로 정부를 단정 짓거나 정부의 사익 추구를 배격하는 대신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제도만 잘 만들면 공공 윤리도 고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정부를 지향해 기구를 통폐합했을 때 이것이 오히려 독점으로 이어져 더 큰 비용이 들 수 있다. 그래서 권한을 나누어 갖는 연방제나 양원제가 좋고, 지자체들이 서로 경쟁하게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저자는 집합적 의사결정 과정을 규정할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규칙은 사안과 선호에 따라 달리 정해져야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 만장일치는 협상 등 의사결정 비용이 더 들고, 과반수 원칙을 적용하면 분란이 없을 것 같지만 이 역시 충분하지 않다.

『국민합의의 분석』The calculus of consent : logical foundations of constitutional democracy 제임스 M 뷰캐넌 고든털럭,1962, 시공아카데미(1999)  

헌법 개정이나 쇠고기 협상도 예외가 아니다. 원자력 폐기물 처리시설을 마을에 유치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치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대부분의 주민과 그 반대 입장의 주민들의 계산은 사뭇 다른 것이다.

또 농촌에서 자기 땅을 내놓아 길을 내는 것이 유리한지 아니면 불리한지에 관한 계산도 도덕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차이가 있다. 적격이 아닌 사람부터 제거해 나가는 식의 투표를 해서 남는 사람이 당선되기로 하는 투표 방식을 택한다면 처음부터 최적격자가 탈락하는 이변이 생길 수도 있다.
18대 국회가 개헌의 불씨를 지피려고 한다. 어떤 내용이 어떤 방식으로 고쳐져야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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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고전=지난 반세기 동안 출간된 책 중 현대사회에 새로운 시대정신이나 문제의식을 제공한 명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산하 ‘좋은책 선정위원회’가 중앙SUNDAY 독자들에게 매주 한 권의 신(新)고전을 골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