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안에 ‘로봇 시장’ 주도권 다툼 결판한·미·일 로봇 경쟁 어떻게 될까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 제83호 | 20081012 입력  
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국제로봇연맹은 지난해 세계 로봇 시장 규모를 80억 달러로 추정하고, 2010년을 기점으로 로봇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20년이 되면 로봇산업이 자동차산업의 규모를 능가해 5000억 달러 규모의 거대 시장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거대 시장을 놓고 일본과 미국이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이 맹추격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세계 로봇산업을 선도하는 나라는 단연 일본과 미국이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로봇 시장 점유율에서 일본과 미국이 각각 1위(28%), 2위(22%)를 달리고 있다. 양국이 세계 로봇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 점유율이 6%에 채 미치지 못하는 한국은 독일·이탈리아에 이어 로봇산업에서 세계 5위권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로봇산업협회 조영훈 본부장은 “특히 지능형 로봇 분야는 인류 생활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10대 기술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며 “앞으로 5년 내에 누가 더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상품을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청소용 로봇 세계 3위로 올라서
한국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생활형(서비스형) 로봇이 상용화되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03년 유진로봇·한울로보틱스 등 중소기업이 청소용 로봇을 내놓으며 국내 지능형 로봇 시장을 주도했다. 엔터테이먼트 분야에 활용되는 로봇 개발도 잇따랐다. 자체 내장된 카메라로 직접 촬영한 사진을 무선 인터넷으로 전송할 수 있는 애완견 로봇 ‘제니보’(다사테크), 인터넷 메신저와 연동되는 캐릭터 로봇 ‘아이펫’(이지로보틱스)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한국은 지난 4년간 로봇산업에서 빠르게 양적 성장을 이뤘다. 2004년 3000억원 규모였던 로봇 시장이 지난해 9300억원으로 성장했고 올해는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 청소용 로봇 시장은 연 7만∼8만 대 수준으로 미국·캐나다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섰다. 청소용 로봇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한국은 본격적으로 지능형 로봇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원영준 로봇팀장은 “지난 8월 정부가 내놓은 로봇산업 5개년 마스터플랜은 그동안 흩어져 있던 로봇 정책을 범정부적으로 통합 추진하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로봇 신성장동력 사업의 로드맵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내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국내 로봇산업의 비전과 실천 전략을 총망라한 이 계획에는 로봇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기술표준 확보 등 인프라 조성, 국내외 시장 창출, 투자 확대 방안 등이 담겨 있다. 원 팀장은 “이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2013년까지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미국-군사·의료용 로봇에서 두각
일본과 선두 다툼을 하고 있는 미국은 군사용 로봇산업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 왔다. 청소용 로봇 ‘룸바’로 세계적 로봇 업체로 발돋움한 아이로봇(iRobot)사는 전문 분야 로봇 개발에 착수해 군사용 로봇 ‘팩봇(PackBot)’을 선보였다. 입력된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팩봇은 현재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900여 개를 투입해 지뢰 등 폭발물 탐지에 활용하고 있다.

올 초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짐 나르는 소와 말을 대체할 수 있는 4족 보행 로봇 ‘빅도그(Big Dog)’를 공개했다. 이 로봇은 탁월한 균형감각을 보여 준다. 평지는 물론 눈길·빙판길 등 어떤 환경에서도 넘어지지 않는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12년께 빅도그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이 실용화에 성공한 또 다른 분야는 의료용 로봇산업이다.

의사의 손을 따라 움직이며 정밀함을 요하는 수술에 쓰이는 의료용 로봇 다빈치가 대표적이다. 다빈치는 미국에서 한 해 시술되는 4만여 건의 전립선암 수술 가운데 41%를 맡고 있다. 미국 의료로봇 시장은 2005년 5억6400만 달러에서 2006년엔 7억400만 달러로 급성장했다. 2011년에는 28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로봇 기술 격차가 많이 좁혀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한국의 로봇산업은 인공지능·생체 센서 등 핵심 기술 부문에서는 원천기술이 부족하다. 로봇산업협회 조영훈 본부장은 “정부의 집중 지원으로 현재 로봇 기술 자체는 미·일에 비해 2년 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며 “원천기술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군사용 로봇 기술의 민간 이전이 필요하며, 민간 업체들이 정부의 기술개발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로봇시장에서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집 지키는 로봇 대중화 성공
월등히 앞선 원천기술을 보유한 일본은 산업용 로봇과 애완 로봇 분야에서 절대강자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현재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제는 상용화의 어려움이다. 2000년 혼다가 개발한 아시모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 집약돼 있지만 상용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2003년 가정부 로봇 ‘와카마루’ 시판에 나섰지만 단 한 대도 팔지 못했다.

상용화 로봇의 첫 열매는 2005년 맺어졌다. 서비스 로봇 전문회사인 테무작은 집 지키는 로봇 ‘로보리아’를 내놓았다. 로보리아는 판매 직후 3000대가 팔려 대중화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 이후 일본 세콤은 순회감시로봇 ‘로봇X’를 출시해 월 30만 엔(대당)의 임대료로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처럼 상용화에 성공한 로봇이 개발되기도 했지만 첨단 기술 수준에 비해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지능형 로봇은 별로 없다. 일본의 독보적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용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바로 일본 로봇산업의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