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시카고 사단(師團)
김홍진 논설위원 mail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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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9년 미국 7대 대통령이 된 앤드루 잭슨은 '위대한 대통령'에 근접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군인 출신 변호사였던 그는 서부 개척지 주민에게 유리한 정책을 펴면서 미국 민주주의의 기반을 확대했다. 잭슨은 자기 이념에 동조하는 지인들로 내각과 백악관을 채웠다. 미국 정치에서 승리자가 자기 편을 정부 조직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뜻하는 '스포일즈(spoils) 시스템'은 잭슨 시대로부터 시작됐다.



▶미국 최악의 대통령 리스트에서 늘 1번을 차지하는 29대 워런 하딩은 오하이오 출신이다. 하딩은 그가 정부 안에 심어 '오하이오 갱(gang)'이라고 불리던 고향 친구들과 1주일에 두 번 포커를 하는 자리에서 공직과 이권을 팔았다.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평가는 대통령 본인의 자질과 그가 고른 인물이 함께 만든 것이다.



▶땅콩 농장 주인 출신의 지미 카터 대통령은 1977년 조지아 주지사 선거 시절부터 자기를 도운 참모들과 백악관에 들어갔다. 한때는 조지아 지역신문들이 공수돼 백악관 주변 신문가판대에서 팔릴 정도로 조지아 출신이 많았다고 한다. 언론은 그들을 '조지아 마피아', '조지아 갱'이라거나 '땅콩 마피아'라고 불렀다. 미국 대통령 측근 그룹은 지역 이름 뒤에 마피아나 갱을 붙여 레이건 때는 '캘리포니아 마피아', 클린턴 때는 '아칸소 마피아'라고 불렸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 친구 밸러리 재럿을 정권인수위 공동위원장에 임명했다. 재럿 말고도 정부 내에서 중요 자리를 맡을 시카고 출신 인사들 이름이 줄줄이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 신문들은 원래 '고리'라는 뜻의 loop라는 단어를 붙여 'Chicago loop'라고 부르고 있다. 시카고가 마피아의 본고장이기 때문에 마피아나 갱이라는 표현은 삼간 것일까. 오바마의 시카고 친구들은 오바마가 나온 하버드 법과대학원의 흑인 친구들과 함께 오바마 정권의 양대(兩大) 축(軸)이 될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학 권위자 폴 라이트 뉴욕대 교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 사단'에 대해 "대통령이 듣고 싶어하는 말만 하는 '메아리 동아리'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측근들도 잘만 고르면 개인적 인연이 없는 남들이 하기 힘든 충언(忠言)과 고언(苦言)을 할 수도 있다. 결국 측근들을 듣기 좋은 말만 읊어대는 앵무새로 만드느냐 아니면 남이 감히 하기 힘든 말로 궤도 이탈을 막아주는 가드레일로 만드느냐는 대통령 하기 나름이라는 이야기다.


입력 : 2008.11.07 22:55 / 수정 : 2008.11.12 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