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수반된 현상이 정신이고 의식입니다”





김재권(74·사진) 미국 브라운대 석좌교수는 심리철학의 대가로 평가받는다.

몸과 정신의 관계를 연구해 온 그는 ‘존재하는 모든 것은 물질적인 것이며 의식과 같은 비물리적 속성도 물리적인 것으로 환원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물리주의’에 천착했다. 그의 물리주의 이론을 떠받치는 핵심 개념은 ‘수반(supervenience)’이다. 31일 세계철학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대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그는 ‘수반’ 개념에 대해 “정신이 뇌에 수반된다는 사실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뇌의 상태가 고정되면 그것에서 나올 수 있는 정신적 상태도 고정된다는 것.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뇌의 상태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욕망이나 믿음 같은 정신이 행동을 통제한다고 보는 이들에겐 낯설게 들릴 겁니다. 하지만 뇌가 없으면 신체에 대한 통제는 불가능합니다. 뇌라는 물리적 기반 없이 순수한 심적 존재가 육체를 움직인다고 믿는 것은 마술을 믿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신체와 정신의 관계는 철학적 문제가 아니라 과학적 경험으로 밝혀진 것”이라면서 “뇌가 손상된 환자를 보면 정신이 신체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뇌를 가진 동물과 뇌를 가진 인간의 차이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뇌의 능력에 차이가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침팬지가 인간과 같은 능력의 뇌를 가졌다면 정신적 능력도 인간과 같았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신체가 완벽하게 복제된다면 정신도 그대로 복제되는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그는 “수반 개념에 따르면, 복제 인간은 우리와 같은 정신적 속성을 갖는 인간”이라며 “하지만 그 복제 인간은 원형인 인간과는 별개로 독립적이며 다른 경험에 따라 다른 특성을 지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론은 신체(물질)를 강조함으로써 이성이나 의식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에 대해 그는 “물질적인 것을 정신적인 것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건 아니다”라며 “의식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뇌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물리주의”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 철학을 배우는 대학생이 늘어나면서 ‘철학의 부활’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내가 하는) 학부 강의에도 수강생 중 철학 전공자는 30%가량이고 나머지는 문학 인지과학 물리학 수학 같은 다른 전공자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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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교육의 목적은 철학자를 육성해 사회로 내보내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왜 여기에 있고, 무엇을 하는가를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비판적 객관적 사고, 철학적 사고 능력을 갖춘 시민을 양성하는 게 철학 교육의 목적입니다.”

김 교수는 서울대 불문과 재학 중인 1955년 한미장학위원회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세상을 좀 더 명료하게 이해하고 싶다는 이유로 전공을 철학으로 바꿨고 프린스턴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브라운대 조교수에 이어 코넬대, 미시간대, 존스홉킨스대에서 강의했고 미국철학회장을 지냈다. 미국 학술원 회원이기도 하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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